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 농학박사 이석영 연구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건이 이어지면서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는 효소 기능을 막아 치료효과를 내는 항바이러스제이며,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유일하게 조류인플루엔자(H5N1:조류독감) 치료제로 인정받아 2016년까지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가 특허권을 가지고 독점 생산하게 되어 있고 2002년부터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하였으나, 수요량에 비해 생산량이 턱없이 모자라 세계적인 공급 부족사태를 빚기도 하였다.

세계보건기구는 로슈가 10년 동안 생산시설을 완전 가동하더라도 세계 인구가 복용할 타미플루의 20%밖에 생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지적재산권자의 허락 없이 강제로 특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허의 배타적 권리에 대한 ‘강제실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게 일고 있고, 실제로 2005년 말 현재 세계 150여 개 회사와 정부에서 타미플루 생산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처럼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자라는 상록수교목인 스타아니스(STAR ANISE, Illicium verum, 붓순나무)가 조류독감 치료제의 핵심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국가에서 유전자원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향신료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스타아니스는 오늘날 치약과, 비누 등의 위생용품에서부터 캔디, 과자, 향수, 담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타미플루 하나만으로도 연 30억 불의 시장을 창출한 바 있다. 중국요리의 향신료에 불과했던 이 열매가 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로슈에 떼돈을 안겨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이 유기합성 물질에서 천연물질로 전환되면서 2006년 세계 천연물 의약시장은 37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식물, 종자, 동물, 미생물, 곤충, 줄기세포, 유전자 등 각종 생물자원을 치열하게 연구한 끝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는 ‘황금알’로 변신한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최고의 명약이라 불리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천연신약이다. 심장병약은 다년생인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했다. 로지 페리윙클이라는 열대우림 식물에서 추출한 빈크리스틴과 빈블라스틴이라는 물질은 백혈병 환자 치료율을 높였다. 세계적인 항암제 텍솔도 천연 신약이다. 모르핀의 1000배 효과를 갖는 진통제 프리알트도 필리핀 바다달팽이 독소를 추출하여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은행잎, 약쑥, 위령선 등 천연물을 이용해 고혈압, 말라리아, 위장병, 관절염 등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 노력이 다국적 제약회사 간에 한창이다.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과 그 주변 동물들에서 생겨나 짧은 시간에 재앙과 같이 닥쳐와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다양한 질병들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 면적에 비하여 다양성은 풍부한 편이지만 약 4000종의 식물유전자원을 보유하고 면적도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식물유전자원을 가지고 세계적인 기여국이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의 해답은 생물 유전자원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30만 종의 식물 중 성분과 효능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5000종에 불과하다. 98%의 식물이 제 2의 타미플루를 만들 수 있는 후보로 남아 있다.

2차 대사 산물의 축적에 가장 좋은 4계절이 뚜렷한 기후의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고, 나노기술, 정보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대량선발 체계가, 다양한 식물로부터 유래되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질 수 있는 생물유래 물질들과 같이 있다면 우리는 감히 국토면적을 뛰어 넘는 경쟁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국부창출과 인류행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원에 있어서 조금의 부족이 있다면 이익공유 체계를 통한 국가 간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를 두고 미래에 유용하게 사용될 유용자원의 확보 및 활용촉진을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물자원의 보존은 식물 종자자원, 미생물, 누에, 식물영양체, 가축유전자원 27만 2000여 점을 국가관리 체계와 연계하여 보존하고 있다. 또한 이들 자원의 산업적 활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미생물 유전자원의 기능성 검정은 물론 영양체 및 식물 유전자원 추출물에 대한 생리활성 및 기내검정체계를 통한 약리 기능성 검정을 수행하고 있어 생물자원을 이용한 국부창출은 멀지 않아 우리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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