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준 배재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 교수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관련 통계 수치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다양한 외양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체 사회 구성원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소수자라 할지라도,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 그리고 그들의 자녀, 외국인 유학생 등은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을 다르게 보지 않고 똑같은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려는 전체 구성원들의 의식의 전환,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정부처의 체계적인 지원,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 스스로의 노력 등이 함께 잘 어우러졌을 때 다문화적 특성이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 대한 행정부처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며 지원 역시 다양하다. 오히려 비(非)다문화 가정 구성원에 대해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는 관련 부처마다 적지 않은 예산을 편성하여 지원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지원 내용과 방법이 과연 목표한 바 성과를 얻어내는 데에 최선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지원의 체계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는 행정부처는 한두 곳이 아닌데 복지가족부, 교과부, 문광부, 법무부, 노동부, 행안부 등의 중앙행정부처에서 제각각 지원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 여러 행정부처에서 제각각 이루어지다 보니 체계성과 통일성, 일관성이 떨어지고 집행한 예산만큼의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어떤 지역에서는 지원 대상이 되는 다문화 가정 구성원의 실제 수보다, 지원 행사에 참여한 구성원의 서류상의 숫자가 몇 배가 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비슷한 성격의 행사마다 같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지원의 체계성이 떨어지게 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또 있다. 지원 내용과 방법이 눈에 보이는 전시성, 이벤트성 행사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관련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사업을 집행하다 보니 시간이 지나야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지원보다는 당장에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벤트성 행사, 그림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 대한 행정부처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지원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함께 모여서 활동할 수 있는 이벤트성 행사도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구성원에 대한 보다 의미 있고 필요한 지원은,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이들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교육 분야에 비중이 두어져야 한다. 교육을 통해서 이들이 필요한 사회문화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다문화 가정 구성원의 사회문화적 능력 제고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의사소통 수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 거주 다문화 가정 성인 구성원들 중에는 자기 나라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에게는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만 있어도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인지 능력,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들만이 가진 장점인 외국어 능력을 유지하거나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통역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러한 교육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많은 기관에서처럼 짧은 기간 동안만 가르치거나, 일회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으로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이 당장 눈에 보이는 분야에 대한 지원보다 한국어 교육과 이중언어 교육, 교육 자료 구축 등의 분야에도 고루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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