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곤 서산시장

총(銃)은 인간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살상도구 가운데 하나이다.

총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함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총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병들었다.

지난 23일 북한이 우리나라에 무력도발을 감행했다. 서해의 작은 섬 연평도에 해안포와 곡사포 100여 발을 발사해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이 죽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주택과 관공서가 무너지고 전기통신시설은 마비됐으며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는 등 평화롭던 섬마을 연평도는 그야말로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북한은 또 26일에는 수십 발의 포성을 울리며 가뜩이나 긴장된 마음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울며 고향을 등지는 순박한 연평도 사람들의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비쳐졌다.

북한의 이러한 도발행위에 대해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즉,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 후계구도를 굳게 다지면서 미국을 대북 협상테이블로 직접 끌어내기 위한 ‘양수겸장’의 노림수라는 것이다.

저의가 무엇이고 이유야 어찌 됐든 간에 북한의 이번 연평도 도발은 지난봄 천안함 침몰사고와 함께 민족정서를 저버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만행이다.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지도 어언 60년. 사람으로 따지면 ‘환갑(還甲)’의 세월이 흘렀다. 쓰리고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기에도 모자란 판국에 민가에 대고 총질이라니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은 마땅히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 또한 적극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총은 이렇게 사람들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만드는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게 만드는 ‘화합의 도구’이기도 하다.

우리 서산시에는 직장 체육팀으로 사격선수단이 있다. 얼마 전 이들은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장대규, 황윤삼, 홍성환, 김윤미, 김병희 이렇게 5명의 선수가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 모두 7개의 값진 메달을 따서 돌아왔다.

한국사격 역사상 직장 단일팀으로는 국제대회에 나가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것으로 기록됐다.

광저우로 떠나기에 앞서 우리 사격선수단은 지난 9월 우리 지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힘겨워하는 시민들을 위해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약속을 굳게 지켜냈다.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한 발 한 발 과녁에 맞혀 앞서가던 주최국 중국선수를 물리치고 2관왕에 오른 김윤미 선수나 한때 사격을 포기하려까지 했던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인간승리를 거둔 또 다른 2관왕 홍성환 선수는 우리에게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며 힘과 용기를 선물했다.

이들의 총은 ‘파괴의 총’, ‘죽음의 총’이 아니다. ‘희망의 총’이자 ‘화합의 총’이다. 그리고 16만 서산시민은 물론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진하게 울린 ‘감동의 총’이다.

총은 이처럼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똑같은 총이라도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너무도 극명하게 달라진다.

그런데 우리 서산시 사격팀의 이 같은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면서 또 매서운 겨울한파와 칼끝바람을 뒤로하고 쉼 없이 훈련에 훈련을 계속한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안보도 북한이 다시는 이 같은 무력도발을 할 수 없도록 철통같은 안보태세를 구축해야만 할 것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나 조금의 빈틈도 없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혼란이나 동요됨 없이 각자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 그 한편을 차지한 북한이 더 이상 반인륜적이고 부질없는 총질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발전의 길에 적극 동참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다만, 그 전에 그동안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며 반성하는 일이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이다.

유상곤<서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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