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고도 기술력… 연료 시스템 부품 국내 최고

자동차 엔진이 심장이라면 엔진에 연료를 공급해주는 연료펌프와 연료필터는 동맥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실린더에 연료 공급이 원활치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을뿐더러 차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3만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중 연료 시스템 관련 부품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한다. 그만큼 정밀도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부품이다.

충남 아산시 염치읍 염성리에 자리한 (주)디엔에이치는 자타공인 연료 시스템 부품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알려져 있다. 디엔에이치는 자동차 연료펌프 5가지 부품을 직접 가공, 조립하고 연료필터를 생산하는 부품 업체다.

연료펌프 완제품 업체로부터 직접 설계를 받아 부품을 가공, 생산하면서 정밀도와 품질에서 객관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디엔에이치가 생산하는 펌프와 필터는 연료펌프 완제품 업체인 현담산업에 전량 공급된다. 현담산업은 공급받은 부품으로 연료게이지, 압력계 모듈을 조립해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 쌍용차 등에 납품한다.

디엔에이치의 연간 생산량은 완성차 기준 50만대 정도. 국내 완성차 회사 휘발유 차량의 약 60%, 승용 디젤차량의 약 10% 가량에 공급되고 있다. 아반떼 수출용, YF소나타 수출용, 그랜저, 모닝, 체어맨, 에쿠스, SM 시리즈, 투산, 클릭, 트라제, 산타페, 테라칸, 베르나, 아토즈, 프라이드, 오피러스, 로체, 스포티지, 카렌스, 카니발, 렉스턴 등 거의 대부분 차종에 적용된다. 이륜 오토바이용 부품도 연간 20만대 분량을 생산하고 있다.

연표펌프는 연료탱크에서 연료를 끌어올려 엔진으로 보내주는 모터 역할을 한다. 연료필터는 점화, 연소 시 이물질을 제거해 준다. 부품 설계는 현담산업이 하지만 가공기술은 디엔에이치 부설 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했다. 연구소는 현장에서 수십 년 노하우를 쌓은 전문 인력들이 모여 알루미늄과 플라스틱류 펌프 부품을 절삭, 연마하는 가공법을 연구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세관 대표는 “디엔에이치는 국내 3곳의 연료펌프 완제품 업체 중 현담산업으로부터 직접 제품설계를 받아 펌프 부품을 가공, 생산하고 있다”며 “연료 부품의 정밀도와 제품 관리가 워낙 까다롭다보니 나머지 2곳의 완제품 업체는 2차 벤더를 통하지 않고 직접 가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료펌프의 정밀도는 머리카락 두께의 20-30분의 1 수준인 3마이크로 단위로 관리된다. 머리카락 한 올이 약 70마이크로인 점을 감안할 때 고도의 기술력이 담보돼야 하는 셈이다. 연료펌프의 프로펠러가 회전할 때 공차가 적으면 연료 실린더에 연료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으며 공차가 크면 언덕 주행이나 가속 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프로펠러 회전 공차에 이상이 생길 경우엔 전류 발생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있다.

이 같은 고도의 정밀도 관리를 위해 필요한 생산설비도 중소기업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컴퓨터 입력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수치가 제어되는 CNC 선반을 50대를 보유하고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다. 자동선반 설비는 지속적 정밀도 유지를 위해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을 전량 수입해 활용하고 있다. 열과 초음파로 자동 접합하는 조립설비도 갖췄다.

자동화율은 아직 50% 정도에 머물고 있으나 고객 불량률은 50만개 중 1개에 불과할 정도로 품질 관리가 철저하다. 3차원 측정기와 형상측정기 등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측정 장비를 갖추고 측정 전담 인력이 24시간 품질 관리에 주력한 덕분이다.

오 대표는 “자동차 연료 시스템 관련 부품은 고객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생산량 확대보다는 불량률 제로 도전에 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엔에이치의 시작은 2001년 무역회사로부터다. 중국 자동차부품 수출 호조에 따라 2004년 우신산업과 연우정밀을 잇따라 인수, 합병하고 본격적으로 연료펌프 부품 제조를 시작했으며 2006년부터는 연료필터 자체 제작에 발을 들였다.

유망 중소기업 인증과 이노비즈 인증, TS16949 인증, 특허, 실용신안 등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매출 또한 창업 당시 20억 안팎에서 올해 250억원을 기대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오 대표는 “품질과 생산성에서 정밀가공 업계 1위, 직원들과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며 “아산시 사회복지관과 결연을 맺고 실시하고 있는 지역봉사 활동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황해동 기자 happy2hd@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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