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옥<한국한의학연구원장>

얼마 전 충북 제천에서는 우리나라 한의학 관련 최대 국제행사로 관심을 끌었던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제천엑스포는 130만 명이 넘는 많은 수의 관람객을 기록하는 등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충북의 끝자락에서 열린 지역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고 예상 관람객 100만 명을 뛰어넘는 성과를 냈다.

제천엑스포의 가장 큰 의미라면 한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일 것이다.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 조상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고락을 함께해 왔지만, 현대과학의 잣대로 볼 때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서양의학이 전해진 100여 년 동안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제천엑스포에서는 한의학이 여전히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고 나아가 세계적인 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또 한 가지를 꼽으라면 한의학의 과학화, 산업화를 통해 세계화를 도모하고 침과 뜸, 약초와 다양한 한의학 체험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국민적인 자긍심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열리는 지역적인 한계와 인근 충청도 지역에서 전국적인 행사가 열리는 등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결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제천시는 엑스포 성공 개최 이후 한방산업도시 이미지를 굳건히 하기 위해 시내에 체류형 한방체험시설인 ‘제3한방 명의촌’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첫 한방엑스포 개최 도시답게 발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천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천이 한방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제천한방엑스포와 더불어 우리는 몇 년 후 또 한 번의 세계한의학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2013년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그것이다.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개최할 예정인 한의학 축제이다. 제천엑스포가 한방엑스포의 디딤돌을 놓았다면 ‘2013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우리나라 민족의학인 한의학이 새로운 도약을 선보이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2013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한의학분야 유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지난 2006년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사업 주관 사업자로 지정받은 후 꾸준히 준비해 왔다. 그리고 지난 6월 전국의 한방 관련 5개 주요 도시가 치열한 유치 레이스를 벌인 끝에 경남 산청군이 선정됐다.

산청군은 이에 따라 국비 400여억 원 지원과 함께 다양한 지원을 받아 40만㎡에 달하는 동의보감촌에서 전시관, 체험공원, 국제회의, 각종 이벤트 등을 마련하게 된다.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17세기 동아시아 최고 의학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 발전시켜 한의학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엑스포를 통하여 한의약의 현대화와 과학적인 발전상을 보여주어 한의학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과 세계적 위상에 대한 자부심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는 동의보감과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켰으며 동의보감과 관련된 국제학술회의 개최와 영문판 동의보감 발간(침구 및 탕액편) 등 지속적인 동의보감 기념사업을 펼쳐 왔었다. 한의학연은 앞으로 2013년까지 동의보감 5편 25권의 영역화를 완성, 보급하고 허준의학전서 편찬과 동의보감의 처방을 DB화하는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핵심 사업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게 될 세계전통의약엑스포 비중은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의계는 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통해 동의보감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확인된 동의보감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세계에 각인하고 우리나라 한의학이 세계 명품 의학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엑스포는 다양한 생산 유발 효과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연구원에서는 액스포 개최로 2035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4199명의 고용 효과, 932억 원의 부가가치 효과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한방약초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명품 한방약초의 생산 및 가공 산업의 육성 등 경제 활성화를 예측했다.

무엇보다 제천에서 시작한 한의학 붐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2013년 세계전통의약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의학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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