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석(한국농어촌공사 연기·대전·금산지사 지사장)

2003년 6월 10일 NASA의 화성 탐사선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화성에 착륙해서 가장 먼저 한 임무는 물을 찾는 일이었다.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도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소중한 물. 우리나라의 물 사정은 어떨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혹자는 “주위에 물이 풍부한데 무슨 물 부족 국가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UN에서 우리나라는 분명히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한국의 연간 강우량은 1274㎜로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한반도 지형의 특징이 동쪽이 높고 서쪽은 낮아서 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강물이 불어났다가 재빨리 바다로 빠져나가 버린다. 따라서 육지에 저장해 이용할 수 있는 민물이 인구에 대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물 부족 국가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통계에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언젠가 갑작스럽게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물 관리를 잘한 제왕이 성군으로 기록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인 사실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현재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물을 관리한다. 식수로 쓰이는 수자원뿐만 아니라, 식량의 생산기지인 논과 밭에 공급할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게 한국농어촌공사의 사명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하나로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저수지 담수량을 늘려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국가전략적인 사업이다. 저수지의 담수량을 늘리는 것은 논이라고 하는 식량생산기지에 물을 공급할 생명의 젖줄을 정비하는 일이다. 단순한 토목사업이 아니다. 이 점에 대해 국민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논은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논은 쌀을 생산하는 기지이면서 물을 저장하는 역할과 생태습지 기능을 한다. 또한 토지의 보존자원 역할과 재해예방 기능 그리고 산소발생 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논은 환경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와 소류지, 하천 등과 같이 논은 또 하나의 담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혈액은 온몸을 다 돌고 다시 심장으로 들어갈 때 폐를 거친다. 성인의 폐를 펼치면 테니스 코트만 한 면적이다. 접촉 면적을 늘려서 혈액에 산소를 충분하게 공급하도록 한 조물주의 섭리다. 논도 인체에 비유하면 폐와 같다. 넓게 펼쳐진 논은 접촉 면적이 넓어 산소 발생이 수월하고 수많은 미생물이 논에서 살며 자연의 순환에 이바지한다. 저수지라고 하는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하천으로 흘러 넓게 펼쳐진 논으로 공급된다. 논에 담긴 물은 벼의 뿌리를 적시어 식량을 생산하고, 다시 그 물은 깨끗하게 정화돼 하천을 거쳐 강으로 흘러간다.

람사르 총회에서도 우리나라의 논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논은 보존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논을 만든 선조의 지혜에 감사할 따름이다.

저수지 둑 높이기로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는 것, 미래에 대비하는 국가의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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