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한남대학교 총장)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하면 거의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그 ‘잘’이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선 각양각색의 답이 나온다. 건강하여 무병장수하는 것을 잘 산다고 하는 이도 있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을 잘 산다고도 한다. 자녀들을 잘 길러내는 것을 잘 산다고도 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것을 잘 산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떤 이는 깊은 신앙생활을 통해 잘 사는 것을 실현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신앙에 따라 잘 산다는 뜻은 이렇게 각각 다른 것이다. 여기 잘 사는 법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또한 모든 이에게 공감을 얻을 수는 없겠으나 잘 사는 한 가지 방법으로는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①말조심-말을 많이 하다 보면 반드시 필요 없는 말이 섞여 나온다. 원래 귀는 닫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입은 언제나 닫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②책-돈이 생기면 우선 책을 사라. 옷은 해지고 가구는 부서지지만 책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위대한 것들을 품고 있다. ③행상의 물건-행상의 물건을 살 때에는 값을 깎지 마라. 그 물건을 다 팔아도 수익금이 너무 적기 때문에 가능하면 부르는 대로 주고 사라. ④대머리-대머리가 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많고 적은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그 머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에 더 관심이 있다. ⑤광고-광고를 다 믿지 마라. 울적하고 무기력한 사람이 광고하는 맥주 한 잔에 그렇게 변할 수 있다면 이미 세상은 천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⑥허허허-잘 웃는 것을 연습하라. 세상에는 정답을 말하거나 답변하기에 난처한 일이 많다. 그때에는 허허 웃어보라. 뜻밖에 문제가 풀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⑦TV-텔레비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마라. 그것은 켜기는 쉬운데 끌 때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⑧손이 큰 사람-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낭비하는 것은 악(惡)이다. 돈을 많이 쓰는 것과 그것을 낭비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불필요한 것에는 인색하고 꼭 써야 할 것에는 손이 큰 사람이 돼라. ⑨화를 내면-화내는 사람이 항상 손해를 본다. 급하게 열을 내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대개 싸움에서 지며 좌절에 빠지기 쉽다. ⑩기도-주먹을 불끈 쥐기보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가 더 강하다. 주먹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도 아픔을 겪지만 기도는 모든 사람을 다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상 열 가지를 힘써 실천한다면 우리의 삶이 잘 사는 쪽으로 변화될 것이다. “나라에 의(義)가 지켜지지 않으면 비록 클지라도 반드시 망할 것이요 사람에게 착한 뜻이 없으면 힘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상하고 말 것이다.” 유안(劉安) 사람들은 뱀을 보면 놀라고 무서워한다. 뱀에 대한 공포가 심한 사람은 뱀 사진만 보아도 비명을 지른다. 그런데 뱀을 반가워하는 사람도 있다. 뱀을 잡아 돈벌이를 하는 땅꾼이 바로 그다. 뱀은 항상 똑같은 뱀이지만 뱀에 대한 느낌과 태도는 입장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무섭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것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상황을 보느냐에 따라 어떤 생각으로 정보를 대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1960년대 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당시의 야당 사람들은 결사반대 운동을 벌였다. “우량농지훼손 웬 말이냐?”, “쌀도 모자라는데 웬 고속도로”, “부유층의 전유물인 고속도로 결사반대”,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많은 건설비를 어찌 조달할 것인가?” 그렇지만 온갖 고생을 다해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고 그것이 한 계기가 되어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농업사회에서 공업사회로 변화됐고, 중화학공업의 발달로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구축하게 되었다. 45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의 결사반대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판단할 수가 있을 것이다. 언제나 반대는 가장 쉬운 반응이다. 그러나 그 반대 대신 더 좋은 대안을 내려면 남모르는 수고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두더지가 땅 밑으로 헤집고 다니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그러나 땅 위로 꺼내놓으면 힘을 쓰지 못한다. 실제 책임을 맡고 일을 해보면 흰 도화지 위에다 스케치하듯이 그리 쉽게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해본 사람은 말을 조심하게 된다. 한계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목소리만 높이게 된다. 이론이 없고 아이디어가 없는 것보다 실천실행이 없어 문제다. 잘 사는 법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실천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은 흔치 않은 것이다. 우선 1년간 일기 쓰기와 가계부 정리부터 실천해보자. 그렇게 하지 않은 해와 비교해보면 실천의 효과를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김형태 한남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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