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대전서부경찰서 기성치안센터장)

2003년도에 행정자치부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0일간 영국, 프랑스를 갈 기회가 있었다. 그때 영국에서 한국 출신인 학구적인 가이드가 말하길,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만 보면 뭔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프랑스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을 보면 “우리에게 문화를 다 배워간 놈들”이라고 우월감을 갖는다고 한다.

미국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을 보면 그러한 열등감이 있고 영국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에 대해 반대로 우월감이 있다고 한다.

약 150여 년 전 프랑스 사람들의 우월감에 속이 상한 영국 학자가 프랑스인들도 어디서 배워 왔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연구한 결과, 프랑스는 로마에서 거의 통째로 배워 왔고 로마는 그리스 문화에서 거의 베끼듯이 했고(여러 신들도 이름만 살짝 바꿨음) 그리스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방 문명에서 배웠고 결국 서양의 모든 문명은 수메르 문명에서 시작돼 전파됐음이 밝혀졌다고 그 가이드는 말했다.

게다가 이집트 문명, 인더스 문명보다 무려 1000년이나 앞선다니…생각해 보니 유대인의 조상들이 원래는 수메르국의 우르라는 도시에서 살았던 점을 생각할 때 유대인들도 수메르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쇠약해져 가던 말기의 수메르를 소수의 인원이 떠나 유대인 국가가 성립되기 전까지 외국에서 유랑하며 1000년 이상 살다 보니 언어는 변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라크 지역에서 BC 3500년 무렵부터 BC 2000년경 우르 남무왕국이 망하기까지 1500년간 번성했던 수메르 사람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 가이드가 말하길 서양학자들은 너무 오래됐고, 따지기 복잡하니 더 이상 연구하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주 연구를 안 한 것은 아니고 수메르 사람들은 동방에서 이동해온 것 같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현재 한국어와 유사한 언어를 썼고 아직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수메르의 본국으로 추정되는 동방의 국가(고조선보다 훨씬 전 국가)와 교환한 외교문서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언어상 한 예를 들어보면 수메르인들은 하나, 둘, 셋의 수사(數詞)에서 하나를 ‘아스’라고 했는데 삼국유사에서는 우리 민족이 하나, 둘, 셋을 쓰기 전에 하나를 ‘아시’라고 했고 다른 수사도 수메르와 일치한다고 하는데, 아시빨래(첫 번째 빨래)라는 말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조선의 수도였던 아사달(阿斯達)도 중국어 발음으로 ‘아스따’인데 제1의 땅, 즉 수도라는 말이 아닐까 문득 생각해 본다.(땅의 옛말이 ‘따’이므로…) 한편 남아메리카 잉카문명을 발전시켰던 원주민들의 언어를 한 TV 기자가 취재하면서 몇 가지 물어보자 하늘을 가리키며 ‘하날’이라고 하고 방바닥을 가리키며 ‘바닥’이라고 발음하는 등 한국어와 상당히 유사했고, 최근 중앙아메리카 마야문명을 개척했던 원주민들을 선교하는 선교사가 이들 원주민의 언어가 한국어와 아주 유사함을 주장한 보도물을 본 적이 있다. 기타 용맹하기로 유명한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인 아파치족도 그렇다고 한다.(아파치는 우리말로 아버지란 뜻이라고 한다.)

최근 수메르 자료를 접해 보니, 당시 영국 사람들이 나름대로 상당한 수준의 연구를 했고 최근까지도 연구를 아주 중단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약 150년 전 해독된 수메르 언어를 가지고 동일한 언어를 쓰는 나라가 있는지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찾지 못하고 있던 차에 때마침 로마에 와 있던 조선 사람을 만나 몇 마디 물어 보니 조선에서는 그 단어들을 아직도 쓰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영국 학자가 느꼈을 놀라움과 당혹감을 상상해 본다. 하필 망해 가던 약소국 조선말이 수메르 말과 유사하다니… 세월이 흘러도 썩지 않는 점토판에 글자를 쓴 데다가 땅속에 묻혀 있던 수메르 책 도서관이 발견되어 수만 점의 수메르 책자가 남아 있음에도 더 이상의 문명의 기원 연구는 하지 말자고 선언한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4000년 이전 역사는 고사하고 1300여 년 전에 망한 찬란했던 고구려, 백제 역사도 완전히 보전을 못 했으니 우리 민족의 책임도 있다고 하겠다.

상고시대 세계문명을 도처에서 발전시켰던 우리 한민족이 남북문제 등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옛 영광을 되찾는 날 잊혀졌던 고대역사도 다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영일 대전서부경찰서 기성치안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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