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문 (남서울대학교 국제경영학부 교수)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형 SSM의 출점은 인근 기존 점포의 매출을 30%가량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는 90% 이상의 점포를 퇴출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통기업들의 SSM 출점 전쟁은 한때 생태계를 교란시킨 황소개구리와 배스를 떠올리게 한다. 법칙이 있는 ‘정글’은 자생적으로 복원능력이 있으나, 교란된 생태계는 그 복원을 위해 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복원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대형소매점 출점의 규제를 반대하는 측은 규제가 시장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통상마찰을 불러온다는 주장인데 이는 유통시장의 지배구조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시장의 효율성 문제를 보면, 대형마트의 적정수준을 넘은 과도한 출점은 과열경쟁을 유발하고 이는 운영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 경쟁점포를 이기기 위해 24시간 영업, 재래시장에 적합한 김밥, 떡볶이, 튀김까지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형 SSM 특히 소규모 점포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대형유통기업이 직영하기에는 경쟁력이 없는 업태라는 판단이다. 그러므로 대형유통기업들은 중소슈퍼마켓을 퇴출한 후 프랜차이즈 형태로 가맹점을 모집하여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 통상마찰의 경우를 보면 WTO 양허안에 외국계 유통기업을 차별하거나 시장의 접근 또는 수량으로 제한할 수 없게 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역상권이 붕괴되거나 중소유통이 심각하게 몰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에 진행된 EU와의 FTA에서도 유럽국가들은 자국의 상권과 중소유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했고 협상을 통해 우리나라로부터 이를 얻어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요구하거나 관철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통상대표들은 중소유통을 비효율성 때문에 보호할 필요가 없는 구조조정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대형소매점의 무차별적 확산은 자영업자들의 생활기반 붕괴, 실업 혹은 비정규직 근로자 확대와 가맹점포로 전환에 따른 도시빈민의 양산을 초래하고 이는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비자의 권익 문제에 있어서도 단기적으로는 편리한 일괄구매나 쇼핑환경 제공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특정한 업태가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 문제나 합리적인 소비생활에 제한이 가해지고, 나아가 유통기업의 독과점 이익을 소비자가 지급해야만 하는 상황이 전개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세계 각처에서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자 하는 안티월마트(Anti-WalMart) 혹은 페어트레이드(Fair-Trade)와 같은 소비자 운동과 단체들이 지역사회와 상권에서 소비자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유통업태를 육성하여 유통산업 선진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하자는 정책적 목표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유통산업의 선진화는 특정업태의 독점이 아니라 다양한 유통업태가 공존하며, 소비자 중심의 유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상권이 건전하게 그리고 균형적으로 발전할 때만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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