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목원대학교 총장>

하버드 대학 300주년 연설문에는 ‘대학에 들어가는 사람은 신성한 땅에 들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대학이란 고등교육기관의 하나로서 학술에 관한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 방법을 교수·연구함을 목적으로 하는 최고 교육기관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오늘날의 대학의 의미는 훨씬 현실적이다. 대학 4년 동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뚜렷한 목표를 수립하는 데 있어 취업을 1순위로 하고 있다. 대학이 표면적으로 공익을 위해 노력한다 할지라도 실제로는 공익보다 학생 자신의 이해관계를 더욱 중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도 취업률을 갖고 대학의 지원을 차별화하겠다고 나섰다.

대학교육과 취업과의 괴리는 인력 공급자인 대학과 수요자인 기업의 입장 차이에서 발생한다. 대학과 기업의 목표와 목적 즉,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두 주체의 목표나 목적을 비슷한 방향으로 귀결할 수만 있다면 명목적인 괴리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학문과 지성의 전당이며 연구의 장이라는 대학이 취업을 대학교육의 주요 정책 반열에 두는 것은 대학을 취업자 양성소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난하지만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를 두고 ‘대학이 위기’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위기’는 현실직시의 부재에서 비롯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이 위기와 현실과의 타협은 반드시 구분해야 할 사안이기에 더욱이 동의할 수 없다.

대학이 내부적으로는 서열화·획일화 중심의 질 낮은 교육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높고, 외부적으로는 비실용적인 교육으로 기업들의 교육 만족도는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이렇다 보니 인재 육성이라는 대학의 기본 책무를 이행하지 못한 채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필자는 대학이 자기성찰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진정 대학이 위기로 치닫지 않으려면 대학이 현실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만 한다.

필자는 최근에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유한구 연구위원이 ‘대졸자 노동시장 이행연구’ 세미나에서 발표한 ‘대학생 취업준비 노력의 실태 분석’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전문대학생 가운데 20.0%와 4년제 대학생 가운데 27.7%가 취업을 목적으로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대학생 4명 중 약 1명이 취업을 위해 대학교육 이외의 교육을 별도로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연간 사교육비는 전문대생의 경우 약 92만2000원 정도였으며 4년제 대학 학생이 약 98만4000원 정도라고 한다. 이 결과는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입시위주의 사교육에 비해서는 높지 않은 비율이지만 대학에서까지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총장 취임사를 통해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현재의 입학홍보처를 ‘입학·취업처’로 개편하고, 취업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교수님들의 정년을 연장하여 일정 수 이상의 학생들 취업에 도움을 주는 등 학생들의 사회진출에 보다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는 국내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경영전략실’을 총장 직속기구로 신설하여 대학 개혁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 역할을 맡겼고, 교육·시설투자가 모두 학생 중심 대학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했으며, 전공·실무교육을 강화해 학생들의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복안으로 학생 20~30명을 한 교수가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관리하는 담임 교수제도 도입하도록 했다.

필자의 대학발전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변함없이 ‘학생’이다. 우리 대학이 추진하고자 하는 취업관련 대학정책은 산업계와 대학교육의 고용 미스매치(mismatch)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사회에서 원하는 맞춤형 교육을 위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해당학과에 제공해 교육과정 등에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총장으로서 안타까운 것은 대학이 당면한 현실 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를 대립·반목의 시대로 전락하게 만든 것은 당파싸움이었다. 관직에 오를 자격자는 많아졌으나 관직은 한정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당파의 분열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런 딜레마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교육기관, 산업체, 정부기관 등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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