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서 대전대덕구의회 의장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 모인 세계 정상들은 극동의 작은 나라 코리아(Korea)에 주목했다. 이들은 대한민국을 G(group)20정상회의 단독의장국으로 선출했다. 선진국이 아닌 중진국에서,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G20정상회의 의장국이 된 것이다.

이로써 꼭 100년 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60년 전 전쟁으로 국토가 초토화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창출하는 세계의 정치, 경제 주역으로 인정받게 됐다.

G20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G7(선진 7개국)의 대안으로 탄생한 세계 경제를 다루는 사실상 최고 기구다.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서 의제 조율과 정상회의를 치르는 것은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입장에서 세계가 지켜야 할 질서를 만드는 위치로 국가의 국격(國格)이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한국이 중국과 일본, 인도를 뛰어넘어서 아시아에서 최초로 의장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한국의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능력,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경제 성공, 민주화 안착 신화에 세계인들이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돼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세계 13위권의 강국으로 도약한 유일한 국가다.

또 급속한 경제개발과 외환위기 극복 경험은 어떤 나라도 갖지 못한 국가 자산이다. 최빈국, 개발도상국, 선진국을 넘나든 한국의 경험은 한국만의 역량이 됐다. 이것이 한국이 G20정상회의 의장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호기

G20정상회의 개최는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물론 남북 대치 등으로 상대적으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정적인 정치, 군사적 이미지 때문에 핵문제가 없는 비슷한 규모의 경제력을 갖춘 다른 국가에 비해 언제나 신용등급이 낮았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 개최는 한국의 실질적인 안보 현실과 국가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성공적인 회의 개최로 참석한 세계 정상과 언론인들을 한반도 평화의 산증인으로 확보한다면 북핵 관련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자연 해소될 가능성이 커진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감소하게 되면 국가브랜드 평가 항목 중 ‘국제관계’의 점수가 올라가 전반적인 국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서울정상회의 참가국의 국제적 위상과 어젠다의 파급 때문에 BBC, 로이터 등 글로벌 방송사와 각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보도를 통해 개최지 한국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세계인에 선보일 수 있다.

필자는 서울정상회의 개최는 한국이 세계 유수 언론에 집중 조명될 기회로 정책과 외교분야는 물론 지방자치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량화된 경제적 가치는 빙산의 일각으로 국민의 자긍심 고취와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지방자치 역량 강화 등 계측할 수 없는 무형가치는 유형가치를 크게 능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G20정상회의를 통해 참가국 간 신뢰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면 한국의 국제정치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변방에서 중심으로 도약한 국가로서의 성공사례, 국가브랜드에 대한 높은 인지도, 국가통합 등의 상호작용으로 기업들의 대외활동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굳이 부언할 필요가 없다.

올해는 2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지 65년이 되는 해다. 이제 국제사회도 공정하고 새로운 경쟁의 룰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에서 시작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중간 입장인 한국이 선두에 서서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세계를 중재해야 한다.

필자는 잠재된 힘을 모아 G20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세계 경제 지속성장의 안전판을 구축할 역량이 우리 국민에겐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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