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받아 줄테니 뛰어내리거라.” 아들은 의자에서 뛰어내렸지만 아버지는 받아주지 않았다.” 아버지는 바닥에 떨어진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어느 누구도 믿지 마라.” 아들은 커서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가 된다. 미국 석유재벌 록펠러다. 아버지의 교육 탓일까? 그는 탐욕과 공포의 재벌로 불렸다. 동시에 그는 세계 최고의 자선사업가였다. 4억5000만달러를 의료사업에 쓰고 6000만달러를 대학 설립에 지원했다. 록펠러가 기부한 돈은 5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 6월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오라클 공동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에너지 재벌로 통하는 피켄스, CNN 창업자인 테드 터너, 영화 감독 조지 루카스, 연예 산업의 큰 손으로 알려진 배리 딜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40명 재산의 절반은 1500억달러, 한화로 175조원에 달한다. 재벌 개인이 사재(私財)를 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기 어려운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다.

혹자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기부나 나눔의 DNA가 없는 것 같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며칠 전 고려대 인근에서 25년간 하숙을 치던 ‘하숙집 아줌마’가 고려대 발전기금으로 1억원을 기탁했다. 매달 30만원씩 꼬박꼬박 곗돈을 부어 모은 그야말로 알토란 같은 돈이다. 지난 7월에는 오이원 여사가 KAIST에 100억원의 전 재산을 기부했다. 현찰 기부액으로는 최다액이었지만 오 여사는 얼굴 알리기를 끝내 사양했다. 국내 한의학박사 1호 류근철 박사는 지난해 578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을 KAIST에 내놨다.

금전적 기부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달 말 전국 30개 도서관에서는 동시에 과학강연이 진행됐다. ‘10월의 하늘(October Sky)’로 명명된 이 ‘강연기부’는 한 교수가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성사됐다. 연구원과 교수, 의사 등 100여 명의 과학도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음악하는 사람은 홍보음악을 제작했고, 미술하는 사람은 포스터를 만들었다. 책이나 돈을 후원하거나 허드렛일이라도 돕겠다는 사람들이 쇄도했다. 트위터리안들은 지식기부, 재능기부의 기적을 트위터가 만들어냈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처럼 우리의 ‘나눔 DNA’는 남부럽지 않다. 평생 어렵게 돈을 모은 사람이 나눠주기 더 좋아하니 오히려 우성(優性)이다. 강연기부 제안자였던 KAIST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단지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다양한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석/경제부 차장 blade3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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