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온 국민의 기대 속에 있었던 나로호 발사가 성공하지 못해 우리 모두가 아쉬워했다. 그러나 머지않은 장래에 나로호 발사가 성공해 햇빛을 받아 파랗게 빛나는 인공위성의 널따란 태양전지 팔이 우리 위성을 힘차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앞으로 2년 후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구경 갈 때에는 후버댐과 라스베이거스를 지나는 대신 모하비 사막의 브라이스 태양광발전소를 들러서 갈지도 모르겠다. 800만 평의 장대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백만kW의 깨끗한 전기는 지구온난화나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 없이 미국 서남부의 70만 가구에 클린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다.

불과 3년 전인 2008년부터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선 태양전지는 그동안의 ‘대체’ 에너지라는 보조 개념을 벗어 버리며, 앞으로 20세기 이후의 인류 에너지를 책임질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2020년까지 총사용 전기량의 12%를 태양광 발전에서 공급하도록 목표를 잡고 있으며, 미국 등도 유사한 정책을 속속 끌어가고 있다.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대통령이 주재한 녹색성장위원회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각각 제2의 반도체산업과 조선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15년까지 4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즉, 에너지 밀도도 낮고 비싸게만 느껴져 먼 선진국의 얘기로만 들리던 태양광산업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클린 에너지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면서 고용 창출과 산업 확대를 동시에 키워 가는 태양광산업은 2010년 말 현재 태양광 모듈 생산량 15GW와 총 450억 불 이상의 세계시장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국내시장은 아직 세계시장의 2% 정도로서 매우 열악한 편이지만 반도체가 그렇듯이 태양광산업은 어차피 세계시장을 겨냥한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이 되는 태양전지는 빛 에너지를 흡수하여 곧바로 전기 에너지로 바꿔 주는 이른바 광반도체 소자이다. 따라서 반도체 소자처럼 현재는 실리콘 웨이퍼 기반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산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소재의 소요량이 훨씬 적은 무기박막 태양전지가 나머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웨이퍼 기반의 실리콘 태양전지는 고가의 재료비로 인해, 무기박막 태양전지는 반도체 제조공정과 유사한 엄청난 투자비와 낮은 효율로 인해 아직 발전단가가 기존의 화력 등 계통 발전에 비해 높으며, 각국 정부에서는 여러 인센티브 정책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한계를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태양전지 분야 최대의 화두는 “어떻게 성능을 높이고 시스템 가격을 낮춰 태양광 발전가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냐”로 볼 수 있다. 물론 각 주체들이 추구하고 있는 수직 계열화나 규모의 경제가 일정 부분 가격 경쟁력 확보에 기여는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술의 고도화와 기술 경쟁력 향상이 주된 관건으로 생각된다.

반도체나 IT 기술이 그러했듯이 특히 원천성과 부가가치가 큰 소재기술과 장비기술은 앞으로 우리가 단기간 내에 극복해야 할 최대의 숙제이다. 핵심인 태양전지용 실리콘 소재만 하더라도 산업의 규모가 영세하던 시절에 개발된 비효율적 소재공정들이 여전히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고성능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제조장비 또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국산 장비의 개발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에너지산업의 특성상 현재의 계통발전 단가와 태양광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소위 ‘Grid-Parity’에 도달할 경우, 산업의 규모가 지수적으로 확대될 것임은 거의 확실하다. 90년대에 산업과 기술 개발을 주도해 온 미국과 일본이 2000년대 들어 독일과 특히 중국에 주도권을 뺏기고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독일의 시장과 기술, 중국의 엄청난 생산 규모 사이에서 장래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 다행히 아직도 태양전지 기술은 진행형이다.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IT 기술을 기반으로 지금보다 2배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태양전지 기술이 여전히 가능하고, 우리 아파트를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는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기술, 내 주위를 모두 태양전지로 채울 ‘유비쿼터스 쏠라’ 기술 등 미래형 태양전지 기술이 우리가 추구할 길이다. 앞으로는 웨이퍼형과 박막형이 조합된, 마이크로 기술과 나노기술이 융합된, 유기반도체와 무기반도체 소재가 결합된 그 무엇의 미래형 태양전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남은 90년의 21세기는 ‘신소재’로 무장된 신형 태양전지 기술을 계속 개발해야 하고 지금도 실험실에서 우리가 땀을 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헌승<한국화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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