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면 온 국민의 이목이 스웨덴의 한림원이란 곳으로 집중된다. 스웨덴 한림원은 매년 각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이 무렵이면 국민들은 혹시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것은 몰라도 문학상이라도 하나 받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발표가 있기 며칠 전부터 매스컴들은 우리의 이런 바람을 부추긴다. 하지만 결과는 매년 똑같다. 우리는 매번 좌절감과 허탈감, 그리고 자괴감을 맛본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런 일이 몇 년째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별로 기대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노벨문학상 한 번 받아보지 못한 나라에 사는 것이 왠지 우리를 주눅 들게 하고 열등감을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못하다. 노벨상이 문학 작품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왜 그 기회가 우리에게는 단 한 번도 오지 않는단 말인가? 그러나 인터넷을 한 번 뒤져보면 바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문학과 문화에 관한 한 우리는 존재가 없는 나라이다. 필자는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인터넷을 뒤져 한국의 읽을거리를 찾아보았다. 몇몇 작품이 번역되어 있긴 하지만 그 수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일부 기관에서 우리나라의 문헌을 외국어로 번역하고 출판하도록 지원하고는 있지만 그 실적은 매우 저조하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한국의 문헌을 통하여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특히 한국인의 정서를 알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상에서 볼만한 한국의 문헌이 없다는 것은 세계를 향해 우리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미국에는 1971년 마이클 하트라고 하는 사람이 출범시킨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라고 하는 웹 도서관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문자 해득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저작권 시효가 지난 저작물을 웹상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는데,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그 장서가 무려 3만3000권이나 된다. 이 서적은 미국인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이면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무료로 다운받거나 읽을 수 있다. 자국의 문화를 알리는 데 아주 좋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몇몇 나라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만도 필리핀과 대만이 동참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참여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 포함된 한국 관련 서적은 단 한 권, 하멜 표류기뿐이다. 그것도 한국인이 쓴 것이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 문헌은 단 한 편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셈이다. 아무리 자국의 문학이나 문화가 발달했다 해도 그것을 세계인이 알지 못한다면 없는 거나 다름없다.

우리는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 수록된 책은 400만 권이 넘으며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항목 역시 400만 건이 넘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에 관한 정보를 세계에 알리는 데에는 매우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삼성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이 한국의 기업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의 기업이라고 알고 있는 외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우리를 알릴 만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던 과거엔 그렇다 치더라도 인터넷이라고 하는 매우 손쉬운 통신수단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 시대에도 우리는 우리를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 실린 한국에 관한 정보는 우리를 아연실색케 한다. 한국을 바로 알리는 일을 하는 단체인 ‘반크’에 따르면 어떤 나라에선 우리나라가 고대로부터 중국이나 일본의 식민지로 점철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고 외국의 언론 매체들의 보도에서도 심심찮게 왜곡된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 10위권에 올라선 우리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실제와는 달리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도 잘못 알려졌거나 아예 알려지지 않은 나라이고, 특히 세계에 내놓을 만한 문화유산이 없는 나라인 셈이다.

우리나라가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고 노벨상 수상작에 견줄 만한 수많은 문학작품을 배출한 나라임을 알리는 길은 한국의 문헌을 영어로 번역하고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같은 것을 통하여 그것을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어는 현재 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보편적인 국제어이기 때문이며, 문학, 역사, 철학과 같은 분야의 문헌은 바로 우리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영국이 왜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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