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건양대학교 총장

얼마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세계 최고의 나라’를 선정했다는 것이다.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적 역동성’, ‘정치적 환경’ 등 다섯 가지 항목에서 국가적 만족도를 측정하고 국가적 가중치를 고려하여 톱 100국가의 종합 순위를 매겼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 순위 15위로 썩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나타났다. 다섯 항목 중 10위 이내에 든 항목은 ‘경제적 역동성’ 과 ‘교육’ 이었다. 전자에서는 싱가포르,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고, 후자에서는 핀란드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건강’, ‘삶의 질’, ‘정치적 환경’ 등의 항목에서는 10위권 밖으로 처져 아쉬움을 갖게 했다.

다행히 이 조사에서 지구촌 최고의 지도자로 선정한 10인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 경영 능력이 돋보이는 CEO 대통령’으로 세계의 유수한 정치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우리의 정치적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

결국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분야는 ‘정치적 환경’의 개선과 함께 ‘건강’과 ‘삶의 질’의 개선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세 항목은 그동안 우리가 고도성장을 추구해 오면서 유보해 왔던 분야로, 이제 OECD 국가로의 진입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의 해법을 모색하는 G20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위치에 올라설 정도가 된 우리나라의 국격(國格)의 상승과 함께 우선하여 다루어야 할 분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나의 생각으로는 이 세 항목이 각기 다른 독자적인 영역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밀접한 연관성을 맺고 있다고 본다. 삶의 질이란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얼마나 행복한가를 느끼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삶의 질은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비중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역동성이 10위 안에 들고 국민 1인당 소득도 2만 달러에 다달았지만, 삶의 질이 함께 향상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지난해 영국의 신경제재단에서 조사해 발표한 세계 각국의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178개국 중 102위로 나타나 있어, 12위의 경제대국임을 자부하던 우리에게 괴리감을 안겨준 바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건강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지위가 높고 돈이 많아도 삶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기술이 선진국 못지않게 발달하고, 의료복지시스템도 잘 갖추어져 있지만, 공공의료복지가 미흡하여 아직도 의료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계층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도 일말의 책임의식을 느끼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을 생각하고 이를 위한 정책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국가라면 그 정치적 환경이나 선진화의 정도는 말할 나위가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만 있지, 국가에 소속된 정치인이 없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고 있다. 국가와 국민 전체의 안녕과 복지를 생각하기보다 정당의 당리당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제안이나 정책이 제시되어도 묵살되고 뒤바뀌기 일쑤이다. 우리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져도 정치적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삶의 질은 늘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뒤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20여 일 후면 G20 정상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갓 선진국의 문턱에 다달았을 뿐인데 G20 정상회의를 주관하고 의제들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의장국의 자격을 얻었다고 해서, 국격이 높아졌다느니,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느니 하며 온 국가가 떠들썩한 가운데 경호문제 등 각종 준비에 온나라가 여념이 없다.

그러나 진정한 국격이 무엇이며 국가 브랜드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건강’과 ‘삶의 질’ ‘정치적 환경’ 항목에서도 앞서 나가는 나라의 국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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