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나상준 교수

중년 이상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손과 발의 저림이나 시린 증상이 있다. 물론 남자에게도 나타나지만 병원을 찾는 경우는 여성에서 보다 흔하다. 이 경우 환자들은 대개 풍증이나 혈액순환 장애라고 자가 진단하거나 혹은 주위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들을 듣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의사들 가운데서도 손이 저리거나 시리면 흔히 말초혈액 순환장애 혹은 뇌졸중(중풍)의 초기 증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잘 못 알려진 상식으로써 실제 단순히 혈액 순환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뇌졸중에 의한 손발 저림(?)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두려워하는 뇌졸중에 의한 손 저림의 증상은 매우 드문 질환이다. 막연히 내가 갖고 있는 증상이 혹시 뇌졸중의 증상인가 고민하기보다는 여기서 일단 뇌졸중에 의한 일반적인 증상과 증후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겠다.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뉘지만 공통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며, 동시에 양측 손발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쪽 손과 발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며 손바닥과 손등 쪽에 다 나타난다.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는 근력의 약화를 주로 호소한다. 따라서 단순히 저리거나 시린 듯한 감각이상 만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또한 뇌졸중에 의한 경우에는 입술주위가 저리거나 감각이 무디다는 증상과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말초혈액순환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말초혈액순환장애로 인해 손발 저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저리기보다는 아픈 통증이 주된 증상이며 손가락 및 발가락의 끝 부분이 만져보면 차갑고, 차가운 물에 손을 넣으면 살색이 하얗게 변하게 되어 동상에서 보이는 것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정신적 요인에 의한 손발 저림

저린 부위와 증상이 명확하지 않으며, 머리가 무겁거나 목이 뻣뻣함, 불면 등의 증상이 동반될 때에는 불안증이나 건강 염려증 등의 정신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각종 검사를 통해 기질적인 원인이 없음이 확인되면 정신과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

◇말초신경의 손상 및 질환에 의한 손발 저림

일부 혈관이상으로 인한 증상 이외 대부분의 손과 발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의 저림을 포함한 감각장애는 말초 신경의 손상이나 질병으로 인한 경우가 원인이다.

손 저림은 대개 손목 부위의 인대가 두꺼워져 나타나는 손목굴증후군이라고 하는 국소 신경병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외에도 당뇨 등 전신 말초신경병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목 디스크나 척추증 등 목뼈의 질환에 의해 목 부위의 신경줄기가 눌려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손과 발이 같이 저린 경우는 국소적인 신경병인 경우도 있지만 전신적인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보다 흔하다. 말초신경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손상을 받는데 이 경우 말초신경병이라고 한다.

하나의 말초신경만 손상을 받는 경우를 ‘단신경병’ 이라고 부르고, 여러 말초신경이 비슷한 정도로 손상되는 경우를 ‘다발성 신경병’이라고 부른다.

△단신경병

단신경병 중 가장 흔한 것이 앞서 언급한 ‘손목굴증후군’으로 중년 여성에 잘 나타나며 서서히 발병한다. 한쪽이 증상이 심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양측에 있는 경우가 많으며 손바닥에만 국한하여 증상이 나타난다. 손잡이를 잡거나 빨래를 짜는 자세에 증상이 심해지고 낮에는 잘 못 느끼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손이 절절 끓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한 경우 자다가 저려서 깨며 손을 털고 증상이 악화되면 엄지 손가락부위의 근육이 약화되어 젓가락질이 서툴러지고 집은 물건을 잘 떨어뜨리게 된다.

흔한 원인으로는 가사일이나 직업적으로 과도하게 손목을 사용하면 손목 인대가 두꺼워져 인대 밑으로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눌려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특징적인 임상증상으로 쉽게 진단되나 환자들이 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으로 양손의 손목을 각각 최대한 구부린 후 손등을 마주보게 하여 누르면 저린 증상이 심해지고 손바닥을 위로 한 후 손목부위를 톡톡 치면 전기 오는 것처럼 찌릿찌릿한 느낌이 손 끝 쪽으로 퍼져 나간다. 저린 손바닥을 다른 손으로 꼭 쥐거나 손가락을 당기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된다. 위와 같이 했을 때 증상의 변화가 생기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손과 목의 신경전도 검사 및 근전도 검사를 시행하고, 원인이 되는 질환을 찾기 위해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손목굴증후군의 치료방법으로는 보존적인 방법과 수술적인 방법이 있다. 보존적인 방법은 신경의 손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시행하게 되며 손목의 충분한 휴식과 약물 요법, 보조기 사용, 염증을 가라앉게 하는 약물 주사, 원인 질병에 대한 치료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경의 손상이 매우 심한 경우 수근관을 열어주는 수술적인 요법이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다발성 신경병

단신경병이 주로 하나의 말초신경이 손끝과 발끝으로 가는 동안에 비정상적으로 눌리거나 외상을 입어서 생기는 것에 비해 다발성 신경병은 여러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증상은 대개 대칭적으로 양쪽 상 하지에 나타나게 되며 저리고 아프며 칼로 찌르는 느낌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신경전도검사 및 근전도 검사를 시행해서 손상 정도를 평가하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손발 저림의 치료 및 예후

손발 저림은 특정 부위의 압박이 밝혀지거나 혈관장애의 부위가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물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예후는 증상의 원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는데, 내분비질환이나 대사성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원인질환의 치료와 함께 완치될 수 있다. 또한 발병 후 초기 치료가 예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특히 뇌와 척수질환의 경우는 응급질환이 많으며, 초기 치료가 늦을수록 많은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에도 적극적인 치료에 의해서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치유될 수 있다.

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나상준 교수는 “손발 저림의 치료는 원인 질환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지속적인 약물 투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호전과 악화가 반복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건강관리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뇌졸중에서 나타나는 감각 이상의 특징

-증상이 갑자기 발생한다.

-양쪽보다는 주로 한쪽에 국한돼 나타난다.

-발바닥과 손발등에 함께 증상이 나타난다.

-입술주위가 저리거나 언어장애, 약한 마비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말초혈액순환장애에서 나타나는 손저림의 특징

-저리다기 보다는 통증을 더 많이 호소한다.

-손가락, 발가락 끝이 차다.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한다.

-손, 발의 땀의 분비에 변화가 생긴다.

-손목, 발목 부위의 맥박이 약해진다.

▲손목굴증후군 증상의 특징

-중년 여자에서 흔한 병이며,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서서히 발병한다.

-손바닥 쪽에만 증상이 있고 새끼 손가락이나 손등에는 증상이 없다.

-한손만 심하게 저릴 수도 있지만 양손에서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운존 도중이나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있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

-야간에 특히 잠을 잘 때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김재철 기자 kjc1777@daejonilbo.com

도움말:건양대학교병원 신경과 나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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