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이박스와 폐지가 실린 리어카를 차도 위에서 끌고 있는 노인에게 자동차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면서 비키라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리어카가 한 개 차로를 점거하다시피 하여 다른 차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었으므로 운전자들이 항의를 한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위반 여부를 떠나 교통약자들에게 조그마한 배려도 없는 현실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법규와 질서가 존재하고 이는 사회를 유지하는 하나의 체계로서 작용한다. 따라서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이에 대해 적응하지 못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어린이와 노인들이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특히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리어카의 특성상 인도로 통행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차도를 이용한다. 노인들은 이동속도가 느리고 상황판단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험한 경우라도 반응속도가 느려 본인이 처한 상황이 교통사고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따라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를 보고 경고의 의미로 경적을 울리나 어떤 이는 신경질적으로 거칠게 항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한 학교 앞 도로에서는 아이들이 몰려다니면서 횡단보도가 아닌데도 무작정 길을 건너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를 무시하고 자기신호라 하여 주의 없이 주행하는 운전자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법규는 누구나 지켜야 하고 이는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한 모두의 약속이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인식능력이 부족한 대상들에게 무조건 약속 이행을 강요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대할 때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는 여유를 가진다면 어떨까. 운전자들이 가지는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하나의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박지호<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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