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을 켠 후에도 숨죽인 도서관에 온 듯 정적이 맴돈다. 창밖 풍경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 대전 도심 속으로 빠져들어 신호에 걸려 정차, 재출발하기를 수없이 반복. 흔들림은 어느 순간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전IC에서 대전역을 지나 판암IC까지... 가속페달을 몇 번씩 밟아봤지만 흔들림 없는 조용함. 폭스바겐 뉴 페이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묵직한 조용함’이었다.

최근 대전 (주)아우토반 VAG에서 열린 폭스바겐 뉴 페이톤 시승식. ‘페이톤’의 첫 느낌은 단연 최고급 럭셔리함이었다. 독일 엘베 강이 지나는 유서 깊은 도시, 독일 드레스덴에서 탄생한 페이톤은 역사적 전통과 현대기술이 조화돼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의 외형을 뽐냈다.

웅장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바이제논 헤드라이트, LED 주간 주행등과 어우러져 강인한 느낌을 배가 시켜줬다. 폭스바겐 고유의 디자인 DNA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수평적 라인을 강조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은 페이톤을 더욱 눈부시게 했다. 후면부 디자인 또한 우아하고 중후함이 돋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 설계됐다.

독일 투명유리공장에서 인간의 혼을 담은 기술로 정교하고 섬세한 수작업을 통해 탄생한 페이톤의 내부 또한 최고급 럭셔리 세단의 면모를 보여줬다. 틸팅 글라스 루프에는 루프 개방 상태와 차량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고 바람소리와 공기 유입을 감소시키는 오토 에어 디플렉터가 내장됐다. 자동차에서 보기 힘든 크롬 도금의 아날로그 시계 또한 페이톤이 최고급 럭셔리 세단임을 되새기게 했다.

시동을 켠 후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무거운 차체의 느낌이 전해졌다. 하지만 그 묵직함도 잠시뿐. 8기통 4.2ℓ 엔진의 부드러운 굉음과 마치 지면에 달라붙은 것처럼 흔들림이 없는 게 인상적이었다. 구부러진 길을 몇 번 지나쳤을까. 쏠림현상도 찾아볼 수 없었다. 4륜구동 장치를 채택했기 때문.

여유로운 내부공간과 우아한 인테리어는 마치 집에서 즐기던 편안함을 줬다. 고급스럽게 가공된 우드 크라운은 스티어링 휠을 돋보이게 했다. 그 탓일까. 핸들링에 안정감이 묻어났다. 대전IC에서 대전역을 지나 판암IC까지 30여분을 달렸을까. 몸의 피로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시트는 전동식 마사지 기능과 요추받침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버튼 하나로 피로한 등근육을 풀어줬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편안한 승차감, 안정적인 코너링, 즐거운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페이톤은 총 8개의 에어백으로 탑승자를 보호한다. 2개의 프론트 에어백, 4개의 사이드 에어백, 그리고 모든 승객의 머리를 보호하는 2개의 커튼형 헤드 에어백을 자랑한다. 국내 판매 가격은 V6 3.0 TDI 모델(9130만원)이며 V8 4.2 NWB(노멀 휠베이스) 모델은 1억1280만원, V8 4.2 LWB(롱 휠베이스) 모델은 1억3790만원 수준.

강대묵 기자 mugi100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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