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정확히 백 년 전에 역사상, 그리고 지구상에 지난 세기 35년간 존재하지 않았던 뼈아픈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한 아픔은 역사 속의 먼 이야기가 아니고 현재도 엄연히 진행 중이다. 국권이 상실되고 난 뒤에 동족상잔이 이어졌고 지금까지도 기약 없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같은 민족, 언어, 풍습, 역사를 공유하면서도 2국 체제인 분단 상태로 역사를 이어 가고 있다.

다른 나라 침략 한 번 안하고 흔히 천 번 가까운 외침에도 견뎌 왔다고 하여 순박한 민족 성향으로 포장하는 것에 마침표를 찍고,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으로서 아직도 계속되는 일본의 지배 잔재의 논란 등을 극복하고 더 이상 남들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고 오히려 세계 역사를 이끌 방안을 극명한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로, 최근에 국권 침탈 현장에 국치일 100년을 기념하여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이 선언한 표지석을 설치한 일이 있었다. 지식인의 기준이 무엇이며, 참여한 당사자들의 면면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추정컨대 우리의 지식인들은 나름대로 그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 등이라고 한다면 일본 측은 잘해야 거의 퇴물이나 무명에 가까운 인사들이 아닐까 싶다. 역시 추정이지만 그 표지석 설치에 대한 우리의 언론 보도가 구체적이고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면 일본은 1/10도 안 될 것이다. 동등한 기준에 의한 선언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환영할 일이지만, 본인 판단이 사실이라면 과연 그러한 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솔직히 마음에도 없는 자들에게 구걸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

둘째로 가끔 일본의 시민단체나 개인들이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 눈물을 흘리면서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수많은 일본의 모리배와 비교할 수 없이 감사할 일이지만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냉철하게 판단할 일이다. 하물며 한 부모에서 태어난 자식들도 극과 극을 달릴 때가 있는데, 우리의 2.5배나 많은 일본인 가운데 그러한 양심적 인사가 없겠는가. 그런데 그 숫자는 빙산의 일각일 정도의 극소수란 점이다.

셋째로 잊혀질 만하면 일본의 국회에서 중의원 가운데 “총리는 일본 영토인 죽도(타케시마, 우리의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고 한마디만 하면 과민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한마디로 헛기침에 몸살을 하는 식이 되어 무명의 일본 중의원을 일약 국제 스타로 만들어 준다. 그런 의원 정도의 언급에 우리가 당장 독도를 내주는 것도 아닌데 그런 무가치한 말에 매번 그렇게 반응할 필요가 있을까. 철저히 무시하는 것도 또 다른 효과적 전략일 것이다. 이제는 그런 말을 다섯 번 내지 열 번 정도 하면 엄중하고 냉철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외에도 일본 지도자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데도 사과를 강요하는 일 등도 이제 우리가 극복할 일이다.

이상에서 제시한 사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내일도 한동안 계속 일어날 일이다. 이러한 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안은 왜 우리가 식민지 상태가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리는 지난 세기를 전후한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이 우리 한반도를 무대로 일본 등이 활개치고 있을 때도 무방비 상태였다가 결국은 나라까지도 빼앗겼다. 근본적 원인은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아직도 일본이 반성을 하지 않고 있는데, 진정 스스로 반성을 하게 만들 방법은 역시 힘을 기르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힘으로 제압하여 여러 면에서 우위에 설 때, 일본은 하지 말라고 하여도 제 발로 기어 오면서 지난날의 식민지배 등에 대한 용서를 구할 것이다.

그 힘은 바로 우리가 국권이 침탈되었을 때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 분들, 동족상잔의 비극이 창궐할 때 온 몸을 던진 전몰, 전상군경, 무공수훈자, 참전유공자분들, 그리고 최근의 천안함 용사들 같은 순직군인 등이 보여 준 국가를 위한 헌신적인 나라사랑의 보훈정신을 최고의 기반으로 하여 유형적인 경제력과 국방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권 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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