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 돋보이는 백제금속공예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백제는 뛰어난 청동기 문화를 발전시켰던 마한 지역의 전통을 바탕으로 중국과 고구려의 발달된 금속공예기술을 받아들이며 수준높은 미의식과 찬란한 예술성이 돋보이는 도특한 금속공예문화를 이루었다. 백제의 금속공예는 그동안 웅진시기 무령왕릉에서 나온 유물을 중심으로 알려져 왔으나,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백제 최고의 걸작인 백제 금동대향로가 발견되면서 화려하게 꽃핀 사비시기 금속공예문화가 존재하였음을 알려주었다. 백제의 금속공예는 중국 남조와의 교류를 통해 세련된 조형감각을 꽃피웠으며, 사비시기에 절정을 이루었다.

부여에서 출토된 청동 유물 가운데 도깨비얼굴모양 꾸미개가 눈에 띤다. 이 유적에서는 두꺼운 목판을 ‘井’모양으로 짜서 올린 백제시대의 우물이 조사되었으며, 흙으로 만든 작은 곰, ‘일근새김 거푸집’ 철제 자루 솥 등 다양한 유물이 함께 출토되었다. 도깨비얼굴모양의 이 꾸미개가 무엇에 사용되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입사이로 살짝 혀를 내민 재미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청동으로 만든 귀면장식이다. 방형의 얼굴에 위로 치켜 올라간 눈, 커다란 코와 입을 가진 도깨비의 형상을 하고 있다. 구멍 뚫린 눈은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크다. 귀면장식의 네 모서리에는 고정하기 위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청동도깨비 얼굴장식은 지붕의 모서리 서까래를 장식한 것으로 집으로 들어오는 나쁜 액을 막아주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의 백제 금속공예품에는 도량형 관련 유물이 많다. 도량형은 길이, 부피, 무게를 재는 수단 또는 단위 등을 통털어 일컫는 말이다. 즉, 길이를 재는 자, 부피를 재는 용기, 무게를 다는 저울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도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같은 문헌기록과 목간에 단위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어 백제시대에 이미 일정한 규격의 도량형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여 쌍북리에서 출토된 자와 도량기, 부여 구아리와 가탑리에서 출토된 ‘일근 새김’ 거푸집 등은 백제의 도량형 제도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부여 가탑리에서도 비슷한 유물이 발견되었다. 거푸집은 금속을 녹여 부어 물건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틀로, 돌이나 흙, 밀랍 등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청동기 시대부터 청동거울이나 칼 등을 만드는데 거푸집을 사용하였다. 일근새김 거푸집은 백제의 무게단위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로, 1근 무게의 금속물을 만드는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금동봉황장식은 말그대로 동에 금을 입힌 봉황 모양의 장식으로, 부여 부소산성에서 출토되었다. 봉황의 머리 반대쪽 끝 부분이 뚫려 있는 투겁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이 장식에서 끼워서 장식했을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으로 무엇에 사용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입에는 구슬을 물고 있으며, 눈과 코, 수염 등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높은 수준의 백제 금속공예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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