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서만 발견되는 특수 토기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백제 세발토기 -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세발토기는 백제토기를 대표하는 기종이다. 납작한 접시에 3개의 다리를 부착해 안정감을 주었다. 세발토기는 한성시기에 출현해 사비시기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용은 물론 고분부장용, 제사용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시기가 내려갈수록 접시의 깊이가 얕아지고 다리가 접시바닥의 가장자리에 붙는 특징을 갖는다.

청동제(靑銅製)의 것을 포함해 삼족기(三足器)라고도 한다. 서아시아, 중국,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등에서 선사(先史) 내지 원사(原史) 시대의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상호의 관련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양사오 문화기의 산시성 반포 유적, 허난성 먀오디거우 유적 등에서 짧은 다리가 붙은 세발토기가 출현했다. 룽산 문화기가 되면 대상의 다리가 붙은 역, 언 및 봉상의 다리가 붙은 정 등의 세발토기가 사용됐다. 은, 주 시대에는 일상생활 용구로서의 역, 언 등 외에 제례용의 정, 가, 작 등의 세발토기가 청동으로 주조되었고, 같은 모양의 것이 토기로도 만들어졌다.

생활용구로서의 역, 언 등의 세발토기는 전국시대에 들어서면 급격하게 줄어들지만 예기로서의 정은 껴묻거리에 사용되는 등 한대까지 널리 토기로서 만들어졌다. 한국에서는 백제의 토기에서만 볼 수 있는 토기형태인데, 세 발의 형태는 원형(圓形)과 뿔형(角形)이 있다.

뿔형으로 된 세 발은 칼이나 대나무 같은 공구로 6각이나 7각을 냈는데, 원형의 것과 같이 뾰죽하다. 직립한 아가리 부분에 뚜껑을 받기 위한 턱이 주위에 돌려 있으며, 뚜껑에는 꼭지가 달린 것도 있고 달리지 않은 것도 있다. 꼭지의 모양은 뚜껑의 정상부에 굽을 축소시킨 것과 같은 모양과 단추 같은 모양이 있다. 뚜껑은 대개 표면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드림새가 곧게 내려오거나 안쪽으로 쏠린 것, 그리고 밋밋하게 이어져 내려오기도 한다. 한편 원래 뚜껑 없이 사용된 무뚜껑식이 있는데, 발견되는 예는 극히 드물다.

뚜껑 없는 세발토기의 대표적인 것은 국립부여박물관에 소장된 것과 국립중앙박물관의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공을 반으로 절단한 것과 같은 형태의 둥근 밑 용기에 짧은 원형의 세 발이 달려 있다. 또한 그릇의 깊이가 다른 세발토기에 비해서 깊고, 아가리 부분은 넓은 음선대(陰線帶)와 함께 입술부분이 둥글게 잘 마무리되었다.

세발토기를 다시 몸통의 형태에 따라 구분한다면 몸통이 편평하게 생긴 것과 바닥이 둥글게 생긴 것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바닥이 둥글고 그릇의 깊이가 깊은 세발토기가 시기적으로 선행된 양식이고, 몸통이 편평한 형태가 후에 출현한 양식으로 생각된다. 크기는 비교적 다양하며 출토지와 형태 등으로 보아 일상생활용기가 아닌 의례용(儀禮用), 식품공헌용(食品供獻用) 그릇으로 보인다. 이러한 세발토기는 백제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특수한 기종으로 충남지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백제 고지(故地) 전역에서 출토된다.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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