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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충청유물을 찾아서-소조인물상머리

2010-07-12 기사
편집 2010-07-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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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상(羅漢像) 고뇌어린 표정 개성있고 소박한 백제인 얼굴

첨부사진1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백제시대에는 불상 외에도 다양한 조각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남아 있는 조각상은 많지 않다. 그 가운데 인간 군상의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는 진흙 소조상들은 백제 미술의 뛰어난 가치를 보여준다.

부여 구아리유적에서 발견된 진흙 소조인물상은 찌푸린 듯한 표정과 움푹 들어간 눈가의 주름, 살짝 웃는 듯한 입 모양 등으로 인해 독특한 인상을 보여주는 나한상(羅漢像·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성자)이다.

광대뼈와 골격이 또렷해 그 표정이 확연히 살아있다. 나한의 얼굴에 서린 고뇌의 빛깔은 수도자의 처연한 아픔을 극명하게 표현해 낸 백제의 또다른 표정이다.

20㎝도 안 되는 진흙 얼굴상 앞에서 1300여년 전 수도자가 ‘허~’ 하고 한숨을 내뱉는 듯한 환각이 일어난다. 충남 부여 구아리 옛 절터에서 나온 백제시대 나한상의 고뇌 어린 얼굴은 시공을 초월한 삶의 감각과 무게를 일러준다.

몸과 이마는 날아가고, 찡긋 감은 수행자의 두 눈과 힘겹게 벌린 입가의 주름, 그 심란한 얼굴이 백제인들의 마음속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일본 호류지(法隆寺) 5층 목탑 안에 묘사된 석가 열반 장면 속의 슬픈 제자상과 그 인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제자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온화한 미소를 띠는 대부분의 백제 불상과 다른 매우 개성적이고 독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인물상은 백제인의 모습을 조명하는 색다른 자료이다.

삼국사기에서 백제 임금들의 인상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대체로 인자하고 관대하며 너그러운 성격을 가진 것으로 표현되고 있다. 불상에 나타난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백제 불상에 나타나는 특징은 둥근 얼굴과 적당히 살이 오른 뺨, 천진난만한 웃음을 머금은 환한 표정이다. 보물 제329호인 부여 군수리석조좌상은 소박한 백제인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중국의 불상에 보이는 표정들은 웃고는 있지만, 어딘지 딱딱하고 틀에 박힌 인상을 준다.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일본 불상은 이국적인 얼굴에 웃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백제 불상에서 보이는 부드럽고 온화하며 인간적인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백제인들은 불상 뿐 아니라 돌에 새기거나 흙으로 빚은 얼굴들도 많이 남겼다. 웃는 표정 외에도 화가 난 모습, 찡그린 모습 등 다채로운 표정들이 유물에 나타나기도 한다.

부여 관북리에서 출토된 토기의 표면에는 표정이 비슷한 다섯 사람의 얼굴 모습이 새겨져 있다. 불상에서 보이는 온화하고 화사한 미소를 띈 얼굴과는 달리 눈은 처져 있고,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꾹 다문 입술은 시름에 잠긴 듯한 모습이다. 수염이 나 있고 관리의 모자를 쓴 사람은 장년의 남성을 표현한 듯하다. 어쩌면 토기를 만든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다.

부여 구아리 유적에서 발견된 흙을 이겨서 만든 인물상은 묘한 표정을 하고 있다. 움푹 들어간 눈가의 주름과 전반적인 표정은 뭔가 못마땅한 듯 찌푸려 있지만, 벌린 입과 위로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런 유물들은 678 년이란 긴 세월 동안 다양한 삶을 살았던 백제인의 모습들을 엿보고 그들의 삶을 상상해 볼 수 있게 한다.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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