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0주년 기획-금강의 어제 오늘과 미래

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강의 물길을 따라 뱃길이 이어지고 뱃길을 따라 역사의 문화가 꽃피었다. 서천의 금강하구는 그 소통과 교류의 거점이었다. 창공에서 내려다 본 금강하굿둑 모습.
강은 흘러야 한다. 흐르는 강의 물길을 따라 뱃길이 이어지고 뱃길을 따라 역사의 문화가 꽃피었다. 서천의 금강하구는 그 소통과 교류의 거점이었다. 창공에서 내려다 본 금강하굿둑 모습.
금강살리기 사업이 반환점을 돌아 결승점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금강 사업에 대한 논란도 다시 뜨거워 지고 있다. 충청인의 삶의 젖줄이자 충청정신의 원류인 금강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금강의 재조명과 재창조에 대한 여론도 높게 일고 있다. 대전일보는 창간 60주년을 맞아 점차 본격화되고 있는 금강 사업의 추진 상황을 살펴보고 금강의 바림직한 미래를 탐색하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천의 금강은 소통의 강이며, 백제의 향기를 머금고 면면히 이어오는 기벌포(伎伐浦)문화권이다.

지난 2월부터 착공에 들어간 금강살리기 서천지구(1공구)는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에서 부여군 세도면 간대리까지 총연장 29.57km 구간이다. 시음·신성리·와초·화양·성산·철새도래지의 6개 지구에서 하도정비와 제방 보축·축제, 산책로·자전거도로가 개설되며 2012년 2월에 완료 예정이다. 서천지구를 따라 금강살리기 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금강살리기 사업이 한창인 서천지구는 첫 구간인 시음지구를 제외하고는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웅포대교를 지나면 시음지구의 공사 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시음지구 금강변의 둔치는 이미 속을 드러내고 있었다. 수 대의 트럭이 먼지를 날리며 연신 준설토를 나르고 있었다. 포클레인 2대는 쉬지 않고 흙을 퍼 나른다. 조용한 시골마을에는 포클레인 소리와 트럭의 바퀴소리가 가득하다.

사업현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원산천(소하천)이 지나고 있다. 낚시하는 사람도 간간히 보였다. 시음지구에는 하천 환경정비와 자전거도로 사업이 전개된다. 신성리갈대밭을 지나는 신성리지구는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여름의 초록빛 갈대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갈대밭 정비사업과 자전거 도로가 지나는 이 곳은 옛 나루(신성리나루)가 자리잡고 있다. 금강하구인 갈대밭에는 상류에서 흘러온 부유물들이 간간히 보였다. 이미 모내기를 끝낸 신성리 갈대밭 너머 마을은 한가하고 조용했다.

와초지구의 금강살리기 사업지구에는 대규모의 연꽃 연못이 싱그러운 자태를 머금고 있다. 홍련·백련과 갈대밭 습지가 금강변을 따라 쭉 펼쳐져있다. 와초지구는 하천환경개선사업이 추진된다. 이곳에서는 금강에서만 나는 민물고기 ‘우어’회가 유명하다. 금강하굿둑 건설로 어족이 많이 줄었지만 금강 별미인 우어회는 아직도 몇몇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화양·성산·철새도래지 지구까지 하천환경정비개선사업은 물론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기벌포는 백제 때 충남 서천군 장합읍 일대의 지명이다. 장항읍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과 도계를 이루며 군산시와 접경하고 있는 지역으로 현재 서천군에서 가장 큰 지역이다. 백제시대에는 기벌포, 고려시대에는 진포, 조선시대에는 서천포로 불렸다. 기벌포는 1400여년 전 나당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때 바다에서 사비성으로 진입하는 첫 전략적 요충지라고 삼국사기는 기록하고 있다. 백제가 패망한 이후 부여 풍과 복신, 도침 등이 주류성에서 백제부흥운동을 전개할 당시 일본원병과 나당연합군이 싸움을 했던 곳도 기벌포이다. 676년 신라가 당나라의 한반도 야심을 격퇴한 곳도 내륙은 매소성, 바다는 기벌포였다. 기벌포라는 이름은 기록금강하구로 사비성을 지키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역동의 해양도시인 서천은 금강살리기 사업으로 백제문화의 고유성과 생태계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서천의 금강은 교류와 소통의 관문이자 기벌포를 중심으로 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금강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듯이, 금강 사업도 역사성과 시대성이 반영돼야 한다. 단지 토목사업이 아닌 누대에 걸쳐 면면히 이어 내려온 충청 정신의 원류, 금강의 정신과 역사문화가 함께 투영돼야 하는 과제가 부여된다.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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