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건 조씨 부부가 ‘기부 바이러스’에 감염돼 100억원 대 부동산을 쾌척했다는 점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의 영향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KAIST에 300억 원을 기부했다. 외동딸을 시집보낸 뒤 고민하던 조씨 부부는 결국 사회 사업 대신 대학에 기부하기로 결심하고 KAIST에 100억 원을 내놓았다. 대학 측이 과학 교육 발전에 유용한 데 알아서 써달라는 당부 만을 남겼다.
특권층의 의무인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한국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부를 이야기 하기 민망할 정도로 온갖 탈·불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데 혈안이 된 게 가진 자의 행태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어찌 재산 뿐만이겠는가. 원정 출산을 마다하지 않고, 입대를 기피하는 사례에서 보듯 우리의 특권층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움 대신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조씨 부부의 기부는 깊고도 큰 울림을 우리 사회에 안긴다.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는 조씨 부부의 설명에서 기부의 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겐 아직 낯설지만 기부 문화는 선진국에서 일상화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부인 멀린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기부는 익히 보아온 터다. 그들은 최근 “억만장자여, 재산의 반 이상을 기부하자”고 외치며 미국 400대 억만장자들에게 기부를 독려하고 나섰다. 최소한 재산의 50%를 생전이나 사후에 기부한다고 발표하도록 설득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나눔의 행복 전도사를 자임하는 버핏이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한 데 이어 케이블 TV 갑부 게리 렌페스트,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 등 4명도 이미 기부를 약속했다. ‘기부 바이러스’ 감염이 만들어낸 멋진 풍속도다.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로 부끄럽다”고 한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의 고언을 한번 쯤 되새길 일이다. 존경받는 부자를 눈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에서 조씨 부부의 기부는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한다. 가진 자들이 여전히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땀흘려 재산을 일구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만 기부는 보다 숭고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조씨 부부가 그랬듯 아름답고 숭고한 ‘기부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 곳곳을 감염시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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