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견제 뚜렷… 친노 386 약진

6·2지방선거가 끝난지 일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그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자유선진당은 대전권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남에서의 정치적 위치는 약화됐다. 반면 민주당은 충남·북에서 광역단체장을 모두 석권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 정서가 널리 퍼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해 향후 충청권에서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참패로 인해 당 안팎에서 내홍이 극심하게 전개되고 민주당은 자중하는 분위기에서 역풍을 경계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친노 386들의 약진으로 향후 정치권은 40대 정치인들의 시대를 알리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 3월 2일 구성했던 지방선거 특별취재본부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이번 지방선거를 되짚어본다.

◇승패원인=충청권 선거에서의 가장 크게 좌우했던 당락의 원인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민심이다. 집권여당과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충청권 민심이 민주당으로 쏠려 충청권 2개 광역단체장을 모두 가져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당선에서 볼 수 있듯이 신선하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 표심에 작용했고 선거 초반 지지율 선두에 서면서 충청 전역에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다.

선진당은 충청권 전반에 흐르는 보수성향 및 반 한나라당 정서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표심을 흡수하지 못했다. 이는 이슈의 부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시라는 커다란 이슈는 선진당 보다는 민주당의 이슈로 작용했다. 선거 초반 세종시를 통해 이슈를 선점하는 듯 했지만 중반 이후 지지율 정체에서 볼 수 있듯이 이내 동력을 잃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수정안에 찬성하는 약 30%의 표심을 확실하게 끌고 가지 못했고 보수와 진보라는 보혁대결구도가 늦게 형성돼 참패를 면치 못했다. 또한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하지 못했고 공조직의 협조가 제대로 안된 점 등이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이완구 전 지사라는 확실한 카드가 있었지만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대전과 충남지사 선거전=막판까지 피말리는 접전이 펼쳐졌던 충남지사 선거와 달리 대전시장 선거는 큰 격차로 염홍철 당선자가 압승했다. 염 당선자의 개인적인 지지도와 민심 저변에 깔려 있는 선진당 바람이 불면서 압도적 차이로 승리했다.

다만 당과 당선자측간 승리요인을 놓고 온도차가 있을 수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중요 시책사업 추진이나 당의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 이같은 갈등소지가 어떻게 작용할 지 눈여겨 볼 만 한 대목이다.

충남도지사는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선진당 박상돈 후보의 불꽃튀는 대결로 초접전지역이 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선거 중반까지도 선진당 박 후보 캠프는 자신들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선거에서 그러하듯 부동층이 보수성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바닥 민심이 심상치 않았다. 안 후보의 선거전략인 충청대표론이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층은 물론 50-60대에서도 먹혀 들고 있었다. 선거 막판이 됐지만 부동층은 여전히 30%대였다. 안 후보 캠프측은 “우리가 앞서가고 있지만 부동층이 워낙 두터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초조한 기색을 보였다.

반면 선진당 도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도 불리한 여론조사가 나왔지만 결국 우리가 승리했다”면서 “도지사 선거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며 안심했다. 하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여론조사대로 안 후보의 승리였다.

◇충청 유권자들의 선택=‘줄 투표’를 우려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에 대한 투표를 달리하면서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충남의 경우 도지사는 민주당후보를 지지했지만 광역의원은 전체 40석(비례대표 포함) 중 21석을 선진당이 차지했다. 독주 보다는 견제를 통한 적절한 감시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뜻이었다.

또한 충청유권자의 성향이 변하고 있음이 감지됐다. 전통 보수에서 중도보수, 중도진보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이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속에 천안, 아산, 당진, 서산 등의 빠른 산업화로 외지 인구유입과 젊은층 인구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다. 앞으로의 선거는 이들의 표심이 당락을 가르는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지역의 정치지형도=충청권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약진으로 향후 정치지형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까지 지역정당으로 지역민심을 대변했던 선진당 보다는 민주당에 힘을 몰아 준 상황이기 때문에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충청도=지역정당에게 몰표를 준다’는 등식이 깨지면서 지역정당, 여당, 야당 간 균형감속에 그때그때 이슈에 따라 균형이 깨지는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세종시 문제가 표심을 가르는 중요한 역할을 했듯이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중요이슈를 선점하는 후보, 정당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당적 파문…후보사퇴까지=8명을 투표하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는 물론 언론사, 선관위, 관공서 등의 이목이 집중된 선거였고 그만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대전일보가 특종 보도한 이중당적자 파문은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중당적 문제는 우리 정당사의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히는 문제로 이번 6·2지방선거에서는 그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거론된 후보들의 일부가 사퇴하거나 등록무효 처분을 받으면서 일단락됐지만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부 구 단위 선관위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후보등록 당일 접수한 후보들을 제때에 홈페이지에 게재하지 않아 유권자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8개의 선거를 한 번에 하는 만큼 늦어진 개표도 개선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특히 언론사의 경우 박빙지역이 많아 개표가 90%이상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당선 확정자를 내보내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방선거 취재를 정리하면서=이번 6·2지방선거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 대한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어 중요한 선거였다. 이런 탓에 정치권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역대 지방선거 중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60%대에 못미치는 투표율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오묘한 민심의 흐름이 취재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반한나라당 정서가 팽배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과연 선거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개표결과 한나라당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고 있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표심은 특정정당에 쏠리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과 선진당으로 나뉘어 균형을 맞춰 견제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고 누구도 자만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정치지형을 유지토록 했다. 이밖에 자질과 능력이 부족한 지방의원 후보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과 1인 8표제의 문제점 역시 올바른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모든 유권자가 함께 고민해야할 개선 과제로 남았다.

정리=인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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