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사지 유물 한자리에

부여 능산리사지는 곧 백제금동대향로로 직결된다. 지난 1992년 추운 겨울, 능산리사지에서 백제금동대향로가 극적으로 발견되면서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500여 년을 고이 잠들어 있다가 세상의 빛을 본 대향로는 그놀라운 아름다움과 섬세한 공예기술 덕분에 학계는 물론 모든 이의 뇌리에 각인됐다. 때문에 능산리사지의 다른 유물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곳에서는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장장 16년 동안 수 백 여점의 국보급 유물이 출토됐다.

국립부여박물관은 능산리사지의 발굴 성과를 집대성한 특별전인 ‘백제 중흥을 꿈꾸다-능산리사지’를 8월 15일까지 제2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능산리사지에서 발굴된 유물이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그동안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꽃무늬가 화려한 주칠편이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는 발견사례가 극히 드문 것으로 고대 칠기편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고대 칠기 제작기법과 백제 회화사 연구에 매우 주목되는 자료다.

또 진흙 속에도 영롱한 빛을 발하는 금세공품이 압권이다. 능산리사지에서 발굴된 금공예품은 백제의 금속주조 및 세공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금·은 판불은 백제 금속공예품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타출기법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금·동 판불에는 삼존불이 표현됐다. 누금구슬과 원추형 누금장식은 금알갱이들을 접합하고, 부분적으로 구멍을 뚫어 가는 금사로 테두리를 장식하여 매우 세련된 금 세공기술을 보여준다. 모자방울 또한 백제의 독특한 금속공예품으로 방울 몸통에 작은 방울을 위 아래, 사방에 매달았다. 이 방울의 용도는 명확하지 않지만 장식품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특별전은 능산리사지에 대한 모든 궁금중을 풀어주는 ‘테마형’ 전시회로 구성됐다. 왜 이곳에 절이 세워졌으며, 창건부터 폐사에 이르기까지 긴박했던 상황, 능산리사지 목간에 비친 역사 등이 400여점의 유물을 통해 소개된다. 또 다양한 사리 공양구와 목제품, 금속공예품, 토기 등 대표적인 유물이 전시돼고, 마지막으로 백제 전성기의 예술과 문화의 총체적 집약체인 백제금동대향로를 통해 능산리사지의 마지막 운명을 엿본다.

특히 첨단기술을 통해 1500여 년 전 웅장했던 능산리 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회가 능산리사지를 통해 백제 사비시대 당시의 삶과 문화를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인 만큼 능산리절을 디지털로 복원한 3D 입체영상을 보여준다.

한편, 백제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유물이 출토된 능산리사지는 백제 사비시대의 대표적인 사찰 유적이다. 이미 일제시대 발굴되었던 능산리 고분의 모형관을 짓기 위한 배수로 공사에서 여러 점의 연화문와당이 출토된 뒤 이후 국립부여박물관, 한국전통문화학교,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등이 참여해 1992년부터 2008년까지 16년간 총 11차례 발굴조사가 실시됐다.

부여=한남수기자 han6112@daejonilbo.com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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