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적립식 펀드 장기투자에 눈떠라

최근 들어서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금융위기 여파로 요동쳤던 국내 금융시장이 수출 등의 호조로 다시 살아나면서 매일 연 고점을 돌파한게 불과 몇일 전이다. 미국 골드만 삭스 피소사건과 천안함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에 따라 다시금 위기를 맡다 지난 22일 재차 연 고점을 기록했다.

은행의 예금금리 또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0) 수준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 대량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펀드투자자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갖고 있는 펀드 환매해야 하는 지 장기간의 안목을 갖고 기다려야 할 지, 선택이 쉽지 않다.

◇최근의 주식시장과 펀드런=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가 아닌가 싶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조 7000억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에 반해 기관은 5조 2000억원, 개인은 3조 1000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지수가 오르자 개인투자가들이 그동안 손해를 보고 있던 펀드를 환매하기 시작했고, 이 펀드 환매를 통해 주식시장에 나온 주식을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사들였다고 볼 수가 있다. 외국인과 개인의 펀드환매 물량이 치열하게 맞부딪히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환매에 나서고 있는 개인투자 대부분은 2007년 국내 주가지수가 2000선을 넘나드는 호황국면에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주식시장이 추락하면서 미처 환매를 하지 못해 손실을 입었고 그로 인해 마음고생을 오랫동안 했왔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상승장에 펀드 평가액이 가입 원금 수준으로 올라오자 미련 없이 환매를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펀드계를 떠나는 개인투자자 대다수는 2007년 말 주가지수가 2000선까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막차를 타 외국인의 주식 매도 물량을 받아냈던 주역들이었다. 결국 금융위기로 3년을 꼬박 고생한 이 자금들이 최근 펀드 환매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5년간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펀드의 대량 환매와 외국인의 매수세는 동일한 모습을 반복 연출했다.

고점에서 외국인들이 털어낸 물량을 대거 사들여 이들에 수익을 안겨 주고, 주식 대세하락기에는 붙들고 있다 겨우 이익이 나기 시작하는 이때 이 물량을 다시 외국인에 넘기고 있는 셈이다.

◇펀드런에 따른 대응 전략=이택렬 현대증권 논산지점장은 “현재 외국인의 지속적 국내주식 매수에는 국내 경기 회복과 저평가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고, 이들의 매수세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적으로 이어지라 생각한다”며 “펀드환매로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라면 국내외 경제지표와 외국인 동향을 꾸준히 살펴본 후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쯤에 환매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두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코스피가 1600선 이하로 가라 앉으며 저가 매수세가 살아나거나, 이와는 반대로 아예 1900선을 돌파하며 대세 상승의 분위기를 타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러나 환매후 1600선 이하 저점 유입을 노리는 펀드 자금의 경우에는 주가가 내려가는 동안의 적립식 효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며, 1900선 이상 고점에서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증시 상승분의 이익을 누리지 못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박대범 농협중앙회 대전PB센터 팀장은 “이 두가지 방법 모두 투자 적기에 매도하고 고점에 매수하는 뒷북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주식형 펀드 등으로 장기투자를 하며 지수 조정 시 지속적으로 매수해 코스트에버리징 방식으로 평균 매수단가를 낮춘 뒤 목표 수익률에 도달하면 환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이어 “아울러 환매 후 갈아탈 때 환매수수료도 고려해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적립식 펀드에 주목한다=전문가들은 최근의 펀드 환매자금들이 머지않아 펀드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은행금리도 낮은데다 부동산경기마저 침체돼 투자할 곳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간의 마음고생(?)으로 쉽사리 펀드 재가입에 나서기도 힘든상황. 갈팡질팡 갈길을 잃은 투자처, 길은 없을까?

적립식 펀드는 3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장기로 투자하며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조금씩 매수하는 펀드다. 이를 통해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 즉 주가가 높을때는 적게 매수하고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은 주식을 매수해 평균단가를 낮춰 이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이 펀드로 큰 이득을 보지 못한 이유는 적립식 펀드의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내투자자들은 거치식, 일시납 방식을 선호해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하락하자 추가불입을 중단, 혹은 줄여왔던 것. 주가가 내려가는 동안에도 꾸준히 펀드를 매입한 사람의 경우 불입을 중단했던 사람에 비해 많게는 3배 이상의 이익을 내고 있다.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로인한 이익을 크게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은 “주식이나 펀드를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으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또 ‘주식시장은 자주 매매하는 사람에서 인내하는 사람으로 돈이 옮겨지도록 만들어졌다’고 한 말도 유명하다.

이말인 즉슨 다가올 조정을 피해 주식이나 펀드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거나 원칙 없는 투자를 피하라는 말이다.

물론 급전이 필요하다면 당장 환매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급전이 필요치 않다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적립식 펀드로 들어가면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말하고 있다.

맹태훈 기자 taehunm@daejonilbo.com

박병준 기자 joonzx@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