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세계 석학 인터뷰 기록

가치를 다시 묻다

이윤영, 윤한결과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 지음Ⅰ496쪽Ⅰ궁리ㅣ2만5000원

지난 달 10일 고려대생 김예슬 씨가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학을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했다.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한다”고 스스로 표현한 이 사건을 두고 수 많은 지지와 비판의 여론이 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의 퇴교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이 ‘사건’이 되는 우리 사회에 있다.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국가고시를 치르는 것, 혹은 유명한 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일까? 각자의 고유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자신들이 믿고 있는 가치를 온전하게 실천해 내보일 수 있는 사회는 아직도 멀리 있는 것일까?

인디고 아이들의 이러한 문제에서 ‘다시’ 가치에 대한 물음을 시작한다.

청년들은 참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답을 찾기 위해 고전을 읽었지만 독서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래서 사회 저명한 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가치를 다시 묻다’는 부산의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 소속 청년들이 세계적 석학들을 찾아나서 삶의 방향을 모색한 결과물이다.

‘인디고 유스 북페어 프로젝트 팀’은 베스트셀러 목록이나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도서 등 기존에 인정받은 책이 아니라, 인문적 가치를 실천하는 서적과 저자를 직접 선정해 거기에 담긴 고유한 정신과 문화를 깊이 있게 공유하고 소통할 목적으로 결성됐다.

이들의 탐사는 2008년 겨울부터 지난 2월까지 1년 반 동안 북아메리카, 아시아 대륙 등으로 이어졌다. 세계의 석학을 찾아나간 일종의 인문학 기행이었다. 그 가운데 대학생 이윤영 윤한결이 대표 저자로 프로젝트 팀의 답사기를 기록했다.

이들이 책이 가득 담긴 가방을 메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힘든 여정을 이끌어 낸 계기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경제 살리기’라는 화두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의 키워드가 ‘희망’과 ‘정의’라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온 사랑 평등 자유와 같은 가치들이 멀어진 우리의 일상. 모두가 이러한 가치들이 중요하고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삶에서 그것들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프로젝트 팀은 ‘2010 인디고 유스 북페어’ 기획의 제목을 ‘가치를 다시 묻다’라고 정의하고 가치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학자, 사회에 구현하려 노력하는 단체를 찾아 인터뷰를 했다.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적인 석학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록했고,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간디 등의 생활터전을 직접 찾은 느낌을 적었다.

지난 2009년 1월 26일 미국 보스턴 MIT대학교에서 만난 노엄 촘스키 교수는 ‘정의’가 무엇인지 들려주었다. 이 행동하는 지식인은 “정의를 현실에서 적용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 교수는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로 찾아온 인디고 청년들에게 이 진보적인 지식인은 “우리는 인류라는 가족의 일부분으로, 형이나 누나 동생에게 관심을 갖듯이 타인과 세상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가치 실현의 방법을 제시했다. 노동자 운동, 남부 흑인노예 권리 운동 등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역사학자는 “정의는 다른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인간관계”라고 규정했다. 젊은이가 가져야할 이상은 무엇이냐는 인디고 청년들의 질문에 하워드 진은 ‘친절’을 꼽았다.

인디고 청년들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터전인 월든, 간디가 운동본부로 사용한 뭄바이의 마니바반 등 인문학의 역사가 녹아있는 현장도 찾는다. 눈에 덮여 하얗게 빛나고 있는 월든에서 햇살의 따뜻함을 느끼고, 소로우가 추구한 생태학적인 삶을 음미한다. 마니바반에서는 간디의 생애와 사상을 떠올리며 평등과 다양성에 대해 생각한다. 5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에는 독서 감상문, 현장 답사기, 인물 인터뷰 등이 빼곡히 들어있다. 여기에 학생들과 석학들의 사진, 참고할 서적 목록 등이 첨부돼 책에 내실을 더한다.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