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물기둥도, 화약냄새도 없었다"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언론 공개 진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안함 최원일 함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언론 공개 진술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원인 합동조사단의 7일 1차조사 결과 발표와 생존 장병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 원인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우선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다보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기뢰나 어뢰에 의한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이 많다.

우선 기뢰나 어뢰폭발의 중요한 현상으로 여겨졌던 물기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천암함의 갑판에는 오직 두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조타실 오른쪽과 왼쪽 위쪽에 배의 진행 방향을 감시하는 2명의 ‘견시(見視)’들인데, 이들만이 유일하게 천안함의 외부 상황을 지켜볼 위치에 있었다.

이들은 해상에 떠 있을 장애물을 사전에 발견해서 배의 항해를 원활히 하도록 조타실에 보고하는 함정의 `눈` 역할을 하는 장병들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우현 견시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갑판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물기둥을 봤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심한 진동을 느꼈을 뿐 제가 봤을 때는 물기둥 같은 거는 없었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다른 선임하사가 순간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물기둥을 못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려 했지만 이 견시의 증언은 비교적 확신이 넘쳐났다.

좌현 견시 역시 ‘물기둥을 봤느냐’는 질문에 손을 들지 않은 것을 보면 그 역시 물기둥을 못 봤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나온 또 다른 중요한 증언은 사고 당시 화약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염 냄새가 있었냐’는 또 다른 기자의 질문에 대해 “화약에 관한 한 천안함 장병 중에서 내가 가장 잘 안다”고 말하며 생존자 한명이 손을 들었다.

그는 이어 “화염이 있다면 화염냄새가 진동할 것이다. 그런데 화염냄새가 나지 않았다”며 아주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장병 외에도 다른 생존자들도 화약 냄새는 없었다고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물기둥과 화약 냄새가 없다고 해서 기뢰나 어뢰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힘들지만, 이 같은 증언은 이번 사고가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은 없다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전날 국회 정보위에서의 증언과 공명(共鳴)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내부폭발이나 암초와의 충돌, 피로파괴 가능성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내부 폭발의 경우 화약 냄새가 없었고, 사고를 일으킬 만한 문제 사병들도 딱히 없었다는 증언들이 잇따라 나와서 사고 원인으로는 자격이 없어 보인다.[BestNocut_R]

암초와의 충돌 역시 배의 밑 부분이 암초에 걸릴 때 날 만한 마찰음 같은 징후가 전혀 감지 되지 않은 점을 미뤄볼 때 신빙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피로파괴 역시, 그 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배에 물이 새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특히 물이 샜다는 소문과 관련해 천안함의 정비를 책임지고 있다는 어느 하사관은 배의 내·외부 온도차에 의해 생기는 결로 현상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생존자들의 기자회견으로 침몰 원인에 대한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기자회견 이후 좌절감으로 변하고 말았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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