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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그리고 어둠…'생사의 기로'

2010-04-07기사 편집 2010-04-07 14:34:02

대전일보 > 사회 >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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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습격에 대비해 해상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은 초계함 '천안함'은 지난달 26일 오후 평상시처럼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작전임무를 수행중이었다.

당시 천안함에는 전체 승조원 104명 가운데 당직 사관 등 29명이 정위치에서 당직근무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 95명의 장병은 식당과 침실, 체력단련장으로 이용하는 후타실에서 휴식과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날 국군수도병원에서 진행된 생존 승조원 기자회견 증언을 토대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 "쾅, 쾅' 폭발..사라진 함미

사고당일 오후 9시 20여분께 병기장인 오성탁 상사는 천안함 지하 2층 격실에서 작전상황 업무보고를 위해 책상에 앉았다.

2분여가 흘렀을까?

갑자기 '쾅'하는 굉음과 함께 오 상사의 몸이 붕 떠올랐다.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귀가 얼얼할 정도로 아팠다.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가 폭발의 충격으로 튀어 올라 오 상사의 얼굴을 때렸다.

잠시 정신을 잃은 오 상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격실 안은 정전이 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먼가 큰일이 났다'는 직감이 온몸을 스쳤다. 격실 오른쪽에 출입문 손잡이가 있음이 생각났다.

어둠속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손잡이를 찾았지만 이상하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순간 발밑에 딱딱한 것이 걸렸다. 손으로 만져보니 오른쪽에 있어야 할 격실 손잡이가 바닥에 있었던 것이다.

배가 90도로 옆으로 기울어져서 격실 출입문이 바닥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순간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출입문 위를 컴퓨터 책상이 깔고 있고 주위에는 온통 집기들이 떨어져 있어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정신없이 책상과 집기를 치웠다. 그러자 15분만에 격실 문을 열수 있었다.

이상했다. 폭발이 있었다면 화염과 화약냄새가 났을 텐데, 그 순간에 화약냄새는 나지 않았다. 서둘러 갑판위로 올라왔다.

비슷한 시각. 지하2층 격실에서 잠을 자고 있던 전탐장 김수경 상사도 갑자기 '쾅'하는 폭발음을 듣고 눈을 번쩍 떴다. 배가 기울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격실을 나와 소화용 호스를 잡고 갑판위로 탈출했다. 5분여의 탈출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갑판위에 올라온 김 상사의 귀에는 달빛을 받은 천안함에 바닷물이 와서 부딪치는 '찰랑' 소리가 들렸다. 함미쪽을 바라본 김 상사는 깜짝 놀랐다.

함미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미 탈출한 대원들의 소리가 들리는 함수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정종욱 상사도 폭발과 함께 정전이 되자 지하 2층 천안함 함미에 가서 발전기를 가동해 전원을 재공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판위에서 바라본 천안함 함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이었지만 달빛이 함미가 사라졌음을 알려주었다.

정 상사는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 "생존자를 찾아라"..긴박했던 구조순간

천안함 최원일 함장은 사고당시 함장실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해상 작전 상황도를 확인중이었다.

모든 것이 평상시 작전상황과 다를게 없었다.

그러나 1-2초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정전이 되면서 최 함장도 함장실에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문도 열리지 않았다.

얼마 뒤 함장실 밖에서 두드리는 소리 났다. 김덕원 소령이 승조원 5-6명과 함께 구출하러 온 것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함장실을 빠져나온 최 함장은 갑판 위로 올라가 보고 순간 망연자실했다.

갑판위에는 지옥같은 아수라장에서 탈출한 부하대원 25명가량이 모여 있었고, 배 뒤편 쪽에서는 기름냄새가 났다. 함미도 보이지 않았다.

천안함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직감한 최 함장의 머릿속에는 온통 대원들을 구출해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곧바로 정신을 수습한 최 함장은 장교들에게 승조원 구출지시를 내리고 승조원 전체의 인원파악을 지시했다.

최 함장의 지시를 받은 김강보 중위가 즉시 휴대전화로 해군 부대에 구조 전화를 걸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상황실 전화가 생각나지 않아 부대 교환대를 통해 통화를 했다.

천안함에 문제가 발생했고, 위치가 어디고, 생존자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 정신없이 말을 쏟아냈다.

김 중위가 구조요청을 하는 사이 최 함장이 보고받은 생존인원은 58명. 104명 중 절반 이상의 대원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내의, 반바지 차림으로 갑판 위에 모여있는 생존 대원들은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에서 피가 나고 허리를 다쳐 못 움직이는 중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구조를 기다리면서 최 함장과 나머지 움직일수 있는 장교, 부사관들은 58명 이외의 다른 생존자가 있는지 함내를 수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찾지 못했다.

갑판 위에서 추위와 충격에 내맡겨진지 50여분이 흘렀을까.

고속정 편대 2척이 천안함 가까이 다가와 인명구조를 시작했다.

생존자들은 이 배가 적함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총으로 무장한 채 다들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다행히 아군 배였다.

신속히 구조선으로 옮겨타기 시작했다. 천안함과 고속정을 로프로 이어 가까이 댔다. 그러나 천안함 작전관 한명이 고속정으로 뛰어넘다 바다에 추락했다.

작전관을 겨우 구할 수 있었지만, 고속정은 실족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해경과 어업지도선이 올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10시 41분께 해경 501함과 립 2척이 도착하자 중상자와 함상경험이 적은 이등병, 경상자 순으로 구조선을 탔다.

30여분 뒤 천안함 생존자 58명에 대한 구조작업은 그렇게 완료됐다.

해군은 생존자 구출 후 26일 밤 11시 13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 35분까지 천안함 함몰해역 수색을 했지만 추가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버지같이, 친형같이 천안함에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실종 동료들의 생사도 듣지 못한채 생존자 58명은 눈물을 머금고 해군2함대로 후송됐다.

사고후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불안, 불면증, 죄책감, 악몽, 기억상실 등의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