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대전·충남 실종자 가족 표정

해군 천안함 침몰 사흘째인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내에 실종자의 명단이 걸려 있다. 평택=장길문 기자 zzang@daejonilbo.com
해군 천안함 침몰 사흘째인 2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해군 2함대 사령부 내에 실종자의 명단이 걸려 있다. 평택=장길문 기자 zzang@daejonilbo.com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은 TV를 통해 합참이 사고 다음날 발표한 생존자 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자 오열을 터뜨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 명단에는 없지만 여전히 "아들이 배 안에 갇혀 있어도 살아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무사히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가닥 희망을 잃지 않았다.

○…실종된 임재엽(25.중사 진급 예정) 하사의 아버지는 28일 “최근 아들이 전화통화에서 ‘함정이 부대로 돌아가는 대로 휴가를 내 30일쯤 집에 가겠다`고 했다”고 비통해 했다.

그는 “사고 직후 뉴스를 봤지만 어떤 함정인지를 몰라 애태우다 해군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아들이 탄 배라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시가 급한데 구조작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꼭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지만 그렇지 못하면 시신이라도 확인했으면 하는 심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전 모 대학 1학년에 다니다 2004년 부사관으로 입대한 임 하사는 함정 후미 기관실에서 근무해 왔다.

○…충남 천안 출신인 김선호(20) 일병의 어머니 김미영(51)씨도 이날 “시간이 좀 지났지만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아마 똑똑한 아이니 내부에 갇혀 있어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애끓는 심경을 밝혔다.

“아들이 실종된 부모들의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생각지도 못한 전화 한 통화를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무작정 부대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6일 ‘천안함’이 침몰 중이라는 TV뉴스를 듣고, 순간 아들에게 불행한 일이 닥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현재 평택 2함대 사령부에 머물고 있는 김씨는 “사건 발생 몇 시간 전에도 아들이 백령도 부근으로 출동을 나갈 것 같다고 전화를 걸어와 ‘몸조심하고 돌아오라’는 말을 건넸는데, 이 통화가 아들의 마지막 목소리가 될 줄 몰랐다”며 “빠른 구조 활동을 벌여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릴 뿐”이라면서 말문을 닫았다.

○…사고가 나기 불과 10일 전 생일이었던 이상민(21) 병장의 가족도 침통한 모습이다. 외삼촌 김병억(53)씨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고 당하기 10일 전 상민이가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두 면회를 다녀 왔다"며 "아직도 그때 즐거워 하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사고로 실종됐다니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상민이는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기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았었다"며 "친가와 외가 모두 사고 소식에 넋이 나간 듯한 모습들이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 병장의 어머니와 누나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몸저 누운 상태며, 사고 현장을 순시하는 배에는 큰자형과 삼촌이 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평택 2함대에서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 이병길(공주시 의당면)씨는 사고 당시 아들 이름이 거론돼 면사무소와 시청 등을 거쳐 이름을 확인했다고 했다.

○…대전과 충남에서는 임 하사와 이 병장 및 김 일병을 비롯해 박석원(27.천안시 신부동) 중사 등 모두 4명이 실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현재 평택 2함대 예비군 동원대대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대기 중인 실종자 가족들은 “군이 침몰된 선체 후미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은 뒤로 한 채, 잠수부만을 동원한 형식적인 구조 활동만 하고 있다”며 “실종자의 대다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선체 후미 수색이 우선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가칭)실종자가족 대책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

최태영 기자 tychoi@daejonilbo.com

송영훈 기자 syh0115@daejonilbo.com

황진현 기자 hjh790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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