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방재정]실태·현황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되는 지방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매년 빠듯한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동여맸지만, 올해는 그 어느때보다도 ‘최악’이란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인건비는 물론 서민 복지예산 부담금조차 예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방소비세만 도입했을 뿐 사실상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지방재정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오는 9월 이후에는 공무원 월급도 못 줄 상황입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곳간은 비어 가고 하루하루 피가 마릅니다.”

올해 본 예산에 인건비조차 확보하지 못한 대전시 자치구 예산팀장들의 한결같은 푸념이다.

대전시 5개 구청 가운데 중구를 제외한 4곳이 수개월치의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5개 자치구들이 올해 본 예산에 확보한 인건비는 동구가 516억 원의 75%인 408억 원, 서구가 307억 원의 75%인 230억 원, 유성구 300억 원의 75%인 225억 원, 대덕구가 417억 원의 75%인 327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4개 자치구 모두 9월부터는 직원 월급조차 주기도 어렵다.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은 비단 직원들 인건비 뿐만이 아니다. 법적, 의무적 경비 지출에 대한 예산마저 확보하지 못하는 등 극심한 재정난을 반영하고 있다.

5개 자치구가 대전도시공사에 지불하고 있는 청소대행사업비의 경우 86억 원 가운데 7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중구도 총 94억 원으로 예상된 대행비 가운데 24억 원만을 반영시켰고, 서구도 77억 원 중 단 1억 원만 본예산에 반영하는 데 그쳤다.

유성구(61억 원)와 대덕구(48억 원)도 각각 41억 원, 24억 원을 각각 세우지 못해 올해 추경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15억 원 안팎에 이르는 6·2 지방선거 경비도 서구는 재원부족으로 17억 원중 40%인 7억 원만 편성해 놓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치구마다 “돈 쓸 곳은 많은데 돈이 말랐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고 신규사업이나 자체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동구와 대덕구는 가용재원이 바닥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복지관련 시책 사업 일부를 포기했고, 중구는 국비사업에 선정되고도 구비 부담이 높아 일부 사업의 경우 추진을 미루고 있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자치구 세입은 전체 수입의 15%가 넘지 않지만, 국·시비 보조사업은 400여 개가 넘는다”며 “이 중 시·구비 보조율이 7대 3인 경우는 단 9개에 불과하다 보니 자치구로서는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지방재정 악화는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복지사업의 축소로 이어지고 있지만, 각 자치구가 부담해야 할 국·시비 매칭사업 부담금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동구는 올해 국·시비 매칭사업으로 지난해보다 21.29% 증가한 192억9000만 원을 부담해야 하고, 중구도 지난해 173억 원보다 9억 원이 증가했다.

서구도 지난해 190억 원에서 220억 원으로, 유성구는 187억 원에서 208억 원, 대덕구는 138억 원에서 156억 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자치구의 주 수입원인 시의 재원조정교부금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해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치구의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과 교수는 “기초자치단체 특성상 구조적으로 열악한 재정난을 스스로 타개할 방법은 없다”며 “자치구들이 규모있는 살림을 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일부 세수를 지방에 과감히 넘겨 지방 재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wsy78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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