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면에 연꽃·인동덩굴 무늬 조각, 백제 특유 미감·아이디어 돋보여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사진=국립부여박물관 제공
상자모양벽돌(箱子形塼)

-부여 군수리절터 출토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정확한 명칭은 전해지지 않은 백제시대의 부여 군수리 절터. 지난 1935년 대대적인 조사결과 백제의 전형적인 가람 배치 형식인 중문과 목탑·금당·강당이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배치된 1탑1금당식으로 이루어진 절이었음이 밝혀졌다. 또 목탑자리 심초석 아래에서 다양한 국보급 유물이 세상의 빛을 봤다. 보물 제329호로 지정된 납석제여래좌상을 비롯해 납 석제불좌상(보물 제330호), 한쪽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누른 지두무늬 암키와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유물은 바로 연꽃인동무늬가 화려하게 찍힌 상자 모양의 벽돌이다.

상자 모양 벽돌은 말그대로 속이 비어 있는 상자모양으로, 무늬가 있는 앞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2개씩 네모난 구멍이 나 있다.

벽돌의 문양은 좌우에 각각 백제시대 기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연꽃모양인 연화문과 인동덩굴 잎의 모양을 본떠 만든 무늬 인동문이 각각 찍혀있고, 문양의 주연부에는 톱니무늬의 거치문(鋸齒文)이 조각돼 상당히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인동문은 모서리 부분에도 시문되었는데, 각각의 인동문이 하나의 완성체가 아니라 벽돌을 포개어 쌓았을 때 인동문으로 조합되어 완성되도록 도안, 백제인의 특유의 미감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러한 요소는 부여 외리의 유명한 8문양전에서도 보이는데, 비어있는 공간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되기도 한다.

연화문의 화판 끝부분은 자연스럽게 반전(反轉)되어 세련된 느낌을 주는데, 화판(花瓣) 내에 작은 인동문이 시문되어 새로운 문양요소를 보여준다.

인동문은 중앙부에 4엽의 십자형 화판을 두고 인동문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모습으로 배치됐다. 이러한 요소는 백제 초기에 유행한 물결무늬인 파상문(波狀文)이 더욱 발전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벽돌은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 벽돌무덤에서도 유사한 예가 있어서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으며, 백제시대 특수목적 벽돌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상자모양벽돌은 크기나 사방에 구멍이 나 있는 모양으로 미루어보아 오늘날의 블록과 같이 건물의 벽체를 쌓을 때 쓰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벽돌 앞면에 연꽃무늬와 인동무늬를 새겨 넣어 장식적 기능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앞면에는 두 개의 원 안에 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왼쪽엔 8개의 꽃잎을 가진 백제 특유의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다. 오른쪽에는 작은 삼각형의 돌기가 둘러진 원 안에 인동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왼쪽의 연꽃무늬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이 상자모양벽돌은 부여 정암리의 기와 가마터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여 금성산의 절터로 추정되는 건물터에서도 상자모양벽돌의 조각이 발견됐다. 출토 유물 역시 군수리절터에서 발견된 상자모양벽돌과 같은 크기에 같은 무늬를 가지고 있다. 이는 부여 지역에서 상자모양벽돌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해준다. 다채로운 무늬가 새겨진 무늬벽돌은 그 장식성과 함께 백제인의 상징성을 살피고 또한 고대 문화 연구의 좋은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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