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지상파 TV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텔레비전 수신료를 납부해야만 한다. 수신료는 기본적으로 TV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모두 내도록 되어 있으며, 징수 방법도 전기료에 합산돼 징수된다. 다만, TV가 없거나 기초생활수급자, 난시청 지역 거주자 등의 경우 면제가 된다.

수신료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신호를 받는 행위에 부과되는 요금이라는 뜻이다. 즉, 신호를 받아 이를 이용하든 안 하든 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어떤 신호를 받는 목적은 그 신호를 이용하여 무엇을 하기 위해서이지(여기서는 TV를 시청하기 위함) 단지 신호를 받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신료는 TV를 시청하기 위해서 내는 돈이 되므로 수신료라고 하는 대신에 시청료라고 하는 것이 맞는다.

그러면 왜 시청료라고 하지 않고 수신료라고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방송제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방송제도는 크게 국영방송, 공영방송 그리고 민영방송으로 나뉜다. 국영방송은 국가 또는 정부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 국가 또는 정부가 방송의 재원과 운영에 직접 관여하고 소유권과 통제권을 독점하는 형태로서, 우리나라에서도 군사독재 시절 한때 운영된 적이 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위탁을 받아 국가가 설립한 공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정부, 개인 그리고 특정집단이 아닌 공공 즉 국민이 주체가 되는 체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군사독재 이후 KBS와 MBC는 공영방송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등이 대표적인 공영방송이다.

민영방송은 민간 사업자에 의해 투자 설립되어 상업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제도로서 100% 광고 수입에 의존한 방송이다. 현재 SBS와 케이블TV, 위성, IPTV 등이 민영방송이다.

수신료는 공영방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TV 수상기에 부과되는 것이고, 시청료는 특정채널을 이용하는 데 지불하는 대가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영방송 제도하에서 수상기를 소유하고 있다면 수신료는 반강제적인 성격을 띠게 되어 방송 시청의 대가인 시청료가 아니라 공영방송을 유지하기 위해 징수하는 준조세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

공영방송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청료가 아닌 수신료를 마치 세금처럼 내야 한다는 것을 잘 모르는 많은 분들이 전기료에 기본적으로 합산되어 나오는 TV 수신료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앞서 말한 대로 공영방송체제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회에서 여야 간 합의로 방송제도의 근간이 되는 법을 만들고 기본적인 방향을 정한다. 지난해 국회의 입법활동과 관련하여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말 중에 미디어법, 미디어렙 등이 있다.

미디어법은 법안 명칭은 아니며, 주로 방송법이나 신문법의 개정과 관련하여 언론에서 편의상 사용하는 용어이다. 미디어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대기업 및 일간신문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 외국인의 방송사 지분 일부 소유 허용, 지상파, 종합편성 및 보도 채널의 1인 최대주주 지분 제한 완화, 대기업의 위성방송 지분 제한 폐지 등이다. 국회의 법안 통과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표결 처리 과정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까지 쟁의 결정을 구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방송, 신문 등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매우 영향력이 큰 미디어의 지나온 과거를 보면 국가사회 발전과 그 궤를 같이한다. 과거 전체주의 국가나 독재국가의 경우 국가가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거나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영과 민영이 공존하는 형태가 되었다.

다만 나라마다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어떠한 모습이 가장 적당한지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늘날 경제사회 각 부분이 세계화된 환경에서 미디어의 경우도 예외일 수가 없어 여러 가지 진통을 낳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대립되는 부분이 여론의 독과점 문제 해소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며,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어떻게 규제하느냐이다.

텔레비전 수신료가 국민 대다수가 부담해야 할 세금과 같은 것이라면 이의 목적에 걸맞게 사용될 수 있는 제도 구축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논의가 진행되어야 맞다.

최근 수신료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수신료 문제는 공영방송의 필요에 공감하는 국민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 공공서비스 강화라는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고 있는지도 확실히 점검해야 한다.

안치득<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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