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일 세종시 신안이 발표되었다.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적인 교육과학경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기초과학 진흥사업으로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국제과학대학원, 첨단융복합연구센터가 들어서고 삼성, 한화, 롯데, 웅진 등의 대기업과 고려대, 카이스트 등의 교육기관이 들어서게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할 과학수도를 마련하자는 원대한 꿈의 계획이다.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여 해외석학과 인재가 모이게 하고, 그곳에서 얻어지는 과학적 지식과 원천기술을 창조적 비즈니스로 이어지게 하며, 인문학과 문화예술 등이 어우러진 도시환경을 만드는 계획이다. 또한, 지적재산권전략센터와 벨트조성지원센터가 들어갈 예정이다. 벨트조성지원센터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하는 C벨트와 전국을 엮는 K벨트를 조성하여, 지역의 벽을 뛰어넘고 광역화의 시너지를 통해 선순환적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획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당 지역 주민들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충청권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 정책의 혼란과 정치권의 당리당략으로 인한 소용돌이 속에서 크게 상처를 받았다. 상처받은 마음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세종시 신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충청권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미래를 위한 중차대한 문제가 자존심의 문제, 정치적 이해관계의 득실에 의해서 결정될 수는 없다. 이제는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때가 되었다. 세종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종의 애민, 실용, 과학정신을 바탕으로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으로 2010년부터 20년 동안 해당 권역에 210조 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기초과학부문, 비즈니스부문, 시너지 등의 영역별로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첨단산업에 의한 비즈니스 효과이다. 특히 광역경제권에서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광역경제권을 고려하지 않고 어느 한 도시에만 국한했다면 이렇게 큰 경제적 효과가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비록,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가 세종시에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효과는 광역경제권에 파급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고용유발 효과는 해당 권역에만 136만 명이라고 한다. 이는 어림잡아 매년 7만 명의 고용유발 효과에 해당한다. 제철의 포항, 조선·자동차의 울산, 전자·반도체의 기흥, 탕정을 보면, 세종시의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울산의 1인당 지역총생산은 전국 1위이고, 포항, 거제 같은 도시들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미래지식사회를 선도하는 세종시의 미래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 반면, 과천의 현재 모습을 보면, 행정부처 이전의 장단점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과천청사 앞에서는 흔히 각종 시위가 벌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마음 편히 지내야 할 집 주변에서 시위대가 차량과 확성기와 꽹과리 등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시위하는 것을 겪다 보니 주민들은 오히려 청사가 이전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상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과천청사에는 현재 7개 부처에 약 5500명의 공무원이 근무한다. 그러나 약 3700명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편리하고 저렴한데 굳이 바깥에 나가서 식사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과천에는 호텔이 두 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대부분의 층을 주민들을 위한 쇼핑센터 형태로 바꾸었고, 또 하나는 몇 년 전 아예 문을 닫았다. 음식점과 유흥업소도 사당역 주변과 인덕원 주변에 위치해 있고, 과천에는 거의 있지도 않다. 규제 등으로 상권 형성이 되지 않아, 오히려 정부과천청사가 이전하고 그 부지를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것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정부청사 이전에 반대하는 과천 주민들의 목소리도 없다. 과천시가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살기 좋은 것은, 경마장과 서울대공원의 마권세와 레저세 덕분이다. 과천의 경마장과 서울대공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세종시의 경우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충청지역이 겪었던 상처와 쌓인 감정에서 이제는 벗어나고, 이런 모든 점들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고려하면서, 과연 국가와 해당 지역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때이다.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홍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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