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을 싸하게 하는 찬바람이 꽁꽁 여민 옷 속을 비집고 파고드는 겨울, 하늘이 내린 선물’ ‘귀족 조개’로 불리는 새조개 철이 돌아왔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鳥)의 부리와 같다 해서 새조개라 불리는 이 조개는 11월부터 이듬해 5월 말 사이에 살이 통통하게 오르며 특히 산란을 앞둔 늦겨울에 가장 맛있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 월평초등학교에서 갑천대교네거리 방향으로 50m 앞에 위치한 ‘회타령’은 도심속에서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한입에 담을 수 있는 제철 자연산 해산물 전문점.

봄이면 주꾸미, 여름엔 키조개, 가을엔 대하와 전어, 그리고 겨울엔 서해에서 매일 공수되는 새조개와 청정갯벌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낙지 등이 바다의 싱싱함을 그대로 간직한 채 미식가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집은 사실 갈마동 갈마초등학교 앞에서 15년 넘게 장사를 하다 2009년 말에 월평동으로 이전 개업했다. 벌써 18년째 같은 메뉴를 고수하고 있는 까닭에 웬만한 사람들은 이름만 대도 ‘아! 그 집’ 하고 떠올릴 정도다.

요즈음 이집 최고의 메뉴는 단연 샤브로 즐기는 새조개. 거의 산지가격 수준에서 그때그때 들어오는 싱싱한 새조개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새조개는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해 겨우내 우리 몸에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고 쇠잔해진 기력을 추스르게 하는 데 손색이 없다. 또 조개에 들어있는 타우린 성분은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동맥경화, 심근경색, 고혈압 등을 예방해주며 피로회복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겨울철 바닷가 대표 보양식으로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느타리버섯, 대파, 무, 배춧잎, 양파 등 신선한 재료에 맹물을 붓고 자연간으로 끓인 담백하고 시원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새조개, 초장에 푹 찍어 그대로 한입에 넣으면 ‘톡’ 하고 터지며 퍼지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특유의 맛과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다른 조개처럼 물렁하지 않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육질은 씹히는 듯 마는 듯 어느새 ‘꿀꺽’ 목을 타고 넘어간다. 이만하면 “역시 새조개”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여기에 청정갯벌에서 잡히는 싱싱한 산낙지를 통째로 넣고 연포탕까지 해 먹으면 겨울철 서해바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새조개를 데친 뽀얀 국물에 끓인 라면은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시원하게 우러난 국물에 끓여먹는 맛이 일품이다.

△새조개 4만 원(1Kg) △산낙지 1만8000원 △연포낙지 7000원. ☎042(472)8885. 글·사진 조남형 기자 cuba1024@daejonilbo.com 60석 가게앞 주차

우리집 자랑

“화학조미료가 내는 맛은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깊은 맛이 없어요. 싱싱한 재료에다 조금의 정성만 더하면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 특히 내가 먹고 내 가족도 먹는 음식이라 그런 것은 쓰지 않는다”는 것이 ‘회타령’의 주인 허영숙씨의 얘기다. 그녀의 모습엔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직함과 진실함이 가득 뭍어난다.

음식은 믿음이자 손님들과의 약속이라는 허씨는 “지금까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도 절대 손님들이 손해 보는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가짐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새조개를 고르는 방법을 묻자 허씨는 “부리가 진한 커피색을 띨수록 싱싱하며, 새조개는 며칠 사이로 수온에 따라 금세 살이 오르기 때문에 가장 추울 때 먹어야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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