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빈<국가핵융합연구소 기획조정부장>

지난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우리나라 지역별 녹색성장을 위한 혁신역량 수준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국내 16개 시·도의 녹색경쟁력지수를 분석한 결과 대전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기존 첨단과학의 도시 이미지를 가진 대전이 친환경 ‘에코시티’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계족산 흙길을 맨발로 걸어보고, 넓어진 한밭수목원과 도로 곳곳에 늘어난 나무들을 돌아보니 녹색에 가까워지려는 대전의 노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대전이 만들어 낸 ‘에코’의 가치는 이미 지니고 있는 강점인 과학기술 분야와 융합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대전시에 위치한 대덕특구는 신재생에너지·연료전지·이산화탄소의 저장과 포집 등과 같은 차세대 녹색성장의 원천 확보를 위한 핵심지로 꼽힌다. 이처럼 녹색기술 개발의 중심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과학기술의 요람 대전은 환경과 과학이 융합된 ‘에코-사이언스 시티(Eco-Science City)’로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올해는 대전이 ‘에코-사이언스 시티’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한 해이다. 녹색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 국제과학 행사들의 대전 개최가 예정되어 있어, 전 세계 녹색 전문가들이 이 도시에 주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5월에는 전 세계 과학기술인들의 잔치인 세계과학단지협회(IASP) 총회가 전 세계적 이슈인 ‘글로벌 녹색성장’을 주제로 대전에서 열리며, 이 기간에는 ‘제7회 세계과학도시연합(WTA) 대전 High-tech Fair’가 병행 개최된다고 한다.

또한 오는 10월에는 녹색에너지인 핵융합의 최신 연구성과를 다루는 ‘제23차 국제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IAEA Fusion Energy Conference)’가 개최될 예정이다. 대전시와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공동주관으로 개최되는 핵융합 올림픽(Fusion Olympic)이라 불리는 IAEA FEC는 1000명 이상의 전 세계 핵융합 전문가가 참석하는 핵융합연구개발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가진 국제 콘퍼런스로, 핵융합 분야의 최신 연구성과와 함께 연구자들과 정부 관계자 간 협력과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행사이다.

지난 50여 년간 과학자들은 태양에너지의 생성원리인 핵융합반응을 지상에서 인공적으로 만들고자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핵융합에너지는 무한하고 깨끗하며 안전한 에너지로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고갈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궁극적인 녹색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녹색바람이 불고,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 성장정책을 추진하는 시기에 궁극적인 녹색에너지로 꼽히는 핵융합의 최신 연구성과를 다루는 FEC가 에코-사이언스 시티로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대전에서 열린다고 하니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불과 15년 전만 해도 핵융합 분야에서는 후진국이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약 12년에 걸쳐 국내기술로 설계, 건설하고 장치의 성능을 점검하는 최초 플라스마 발생 실험이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핵융합기술 수준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었다. 첨단 과학도시로서 대전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고 있는 KSTAR는 우리나라를 녹색기술인 핵융합연구의 선도국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은 그 놀라움과 함께 만장일치로 대전에서의 2010년 FEC 개최를 지지하였으며, KSTAR의 건설과정과 성공담을 직접 듣고자 오는 가을 대전을 방문할 예정이다.

IAEA FEC의 성공적인 개최는 녹색에너지인 핵융합과 함께 세계적인 녹색 과학기술도시로서 그 위상을 알리고 이를 발판삼아 앞으로 대전의 성장 목표인 에코-사이언스 시티로서의 입지를 굳힐 절호의 기회이다. 세계적인 녹색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도시답게 2010년 계획된 대형 국제 과학행사들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환경과 과학의 융합을 주도하는 대표 도시로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