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영씨 ‘취리산’ 펴내

“패배할 것임을 알고도 싸워야만 했던 백제의 마지막 인물들에게 오롯이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아마도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해될 겁니다.”

백제시대를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황산벌에서 취리산까지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인 ‘취리산’(삼우반)이 바로 그것. 소설가 이문영 씨가 역사 장편소설로는 세 번째로 펴낸 취리산은 철저한 고증을 바탕에 저자의 상상력이 보태져 한편의 수작으로 탄생했다.

치미산으로도 불리는 취리산은 충남 공주시 쌍신동에 있는 산으로 백제의 중흥과 몰락을 함께 한 ‘격동의 역사의 진원지’이다. ‘부여풍이 달아나고 그의 보검이 남았다’라는 ‘삼국사기’의 기록 한 줄에서 이번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는 저자는 “이곳은 665년 당시 백제 지역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려던 신라를 견제하고자 신라 문무왕과 당나라 장수 유인원과 백제 왕자 부여융이 이곳에 함께 모여서 백마를 잡아 그 피로 회맹의 천제를 지내게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황산벌에서 백제 계백의 오천결사대가 신라 오만에 대항하다가 무너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계백의 부장이었던 나솔관등의 사충은 계백의 임종을 지키며 내부의 배신자들을 처단할 결심을 한다. 그 와중에 계백의 칼을 벼린 대장장이 무진을 만나 짧은 인연을 맺게 된다. 결국 백제의 부흥운동이 수포로 돌아가고 옛 태자 부여웅이 신라의 문무왕과 화친의 맹약을 맺는 그 산에서 사충은 마지막 자객행을 감행하는데….

지난 2005년 백제 무왕 때 이야기인 ‘숙세가’를 펴낸 적 있는 저자는 그 당시 백제의 매력에 빠졌다고. 이후 이번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부여와 공주 문화지역을 답사하고, 기초조사를 탄탄히 했다.

그는 “백제라고 하면 아직까지 애잔한 몰락과 쇠퇴한 나라라는 인식이 많다”며 “이를 불식할만한 문화콘텐츠 개발은 물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앞으로도 소설로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서강대 사학과 출신의 이 씨는 장편소설 ‘자명고’를 비롯해 단편소설 ‘구도’와 ‘황룡사 살인사건’ 등 다수의 작품을 펴냈다.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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