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관계·시선이 불러온 비극

지난해는 ‘워낭소리’와 ‘똥파리’ 등 한국독립영화의 존재감이 일반 대중에게 각인되면서, 아마도 대한민국의 독립영화에 있어서 기념 할 만 한 한국영화역사의 한 페이지로 평가받을 것이다.

상업주류영화에 비해 당대의 주류적 자본과 가치가 만들어 낸 굴레와 장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독립영화의 활성화는 곧, 그 나라 영화계가 문화적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독창성을 발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지에 대한 증명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한 세기의 첫 십년을 보내며 여기 변방으로서의 한국독립영화계에서도 또 하나의 변방으로 존재하고 있는 대전충남 지방의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코자 한다. 2010년이 대전충남독립영화의 르네상스를 일구어 나가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담아 지금 이 지면을 통하여 그들의 ‘열전’을 펼쳐 보이려 한다.

<우기가 온다>

감독·각본 송덕호 / 극영화 / 2000년 작/ 12분 50초

아직도 아이라는 말이 그리 어색하지 않을 이제 막 청춘의 입구로 들어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1과 남자 아이 이들은 도시의 주변부에서 마치 유령처럼 살아가며 때로는 거친 호기로 때론 반항심으로 사회적 일탈을 시도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인가 여자아이의 시선이 한 남자아이에게 간절함을 담아 향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또 다른 남자아이의 시선 또한 여자아이에게 향하는데, 과연 이 엇갈린 시선은 이들에게 어떠한 파국을 준비하고 있을 것인가?

영화는 21세기로 접어드는 밀레니엄의 시기를 관통하며 하릴없는 청춘의 무력함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대상을 향한 욕망에 달뜨던 청춘군상의 모습을 한 여자아이와 두 남자아이가 서로를 향한 시선과 관계의 엇갈림 속에 맞이하는 청춘시절의 우기를 통하여 그려내고 있다. 입구 없는 터널과도 같은 암담함과 이유 없이 내달리던 반항으로 점철되던 청춘의 우기는 결국 엇갈린 관계와 시선이 불러온 비극으로 형상화되면서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가 만들어진 10년 전 밀레니엄의 시기와 2010년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군상의 모습이 세월과 시대를 넘어 마치 데자뷔 처럼 조우하는 그 무엇인가를 목도케 한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차장)

△감독 프로필

송덕호

- 2000년 ‘우기가 온다’ 각본, 감독 (대전충남지역 최초 DV 6mm 디지털 단편 극영화)

- 2001년 ‘대전독립영화협회’창립 멤버

- 현 대전독립영화제 사무국장

- 현 독립프로덕션 ‘시점’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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