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이라는 사안을 접하면서 필자는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한 편씩 쓰기에 이르렀다.

첫째,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으니, 아주 겸허한 자세로 우선, 사마천의 <사기>, <사서삼경>,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 <세종실록>, 정약용의 <목민심서>, <신구약 성경>, <대한민국 헌법>을 다시 읽으면서 ‘정치권력’을 주제로 독후감을 새로 써 보겠다. 그리고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과 <사미인곡>,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홍길동전>, <춘향전>, 이광수의 <무정>, 톨스토이의 <부활> 등을 다시 읽으면서 사랑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인가를 되새겨 보겠다.

둘째,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요, 인부지이불온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남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으니 또한 군자가 아니더냐)라고 했으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생들을 모두 청와대로 불러다가 쌀막걸리를 마셔가면서 아주아주 허심탄회하게 우정 어린 정담을 나누어 보겠다. 그리하여 친구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들여 무능하면서도 아첨만 하는 참모들, 장차관들, 그리고 관료들을 내치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천하의 훌륭한 인재들을 찾아내어 요직에 앉히겠다.

셋째,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으니, 국민 여론을 높이 존중하면서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도록 하겠다. 또한 국어사랑이 나라사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글 세계화 차원에서, 일제 식민통치시대 때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大統領), 총리(總理)’라는 말부터 ‘큰머슴, 작은머슴’이라고 고쳐서 부르게 하겠다. 혁명적 차원에서 아름다운 우리말을 살리는 언어 개혁을 단행하고, 서기 757년 신라 경덕왕 때 시행했던 것처럼, 현실에 맞게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아울러 지명 개정 작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겠다.

그리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하는 데 더 치중하며,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실업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무엇보다도 미소금융 같은 친서민 정책을 더 강화하고,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 통행료를 무료로 하면서 나들목을 대폭 확충할 것이며, 가진 자보다는 못 가진 자 편을 들면서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하는 국민들이 한 명도 없도록 하겠다.

넷째, 세종시를 ‘원안 플러스 알파’가 되는 세계적 명품도시, 문화도시로 만들도록 하겠다. 세종시는 플러스 알파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서부터 새로 도시를 디자인할 것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어떻게 하면 나라를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왜 고민을 안 했겠는가. 날마다 나라의 발전을 위해 새벽기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충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뭔가 큰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요, 세종시를 더 멋있는 명품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과정과 절차와 여론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실정법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 그런 것이고, 국민적 이해와 합의를 도출하는 공청회나 설명회 절차를 밟았어야 옳았다. 도시를 건설하는 데 따르는 비전과 철학이 빈곤성을 드러내니, 실무선 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의 뜻이니까 동의부터 하고 지지하는 일부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의 사고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명품도시 세종시는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문화예술도시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는 진심으로 여권에 ‘대도무문’과,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대통령은 지금 ‘실패한 지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성공한 영웅’이 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남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정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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