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요즘처럼 충청도가 논란의 핵이었던 적도 없었을 것이다.

정권실세들의 관심을 이토록 듬뿍 받아 본 적도 드물 것이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최근 달포 사이 3번이나 다녀갔으며 주말인 19, 20일 다시 찾는다고 한다. 어제는 주호영 특임장관과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이 방문했고, 오늘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대전과 충남을 찾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말 대전에서 업무보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을 필두로 黨·政·靑이 충청권에 총출동하여 세종시 대안 발표 전 전 방위 설득작업을 벌이기 위함이다. 지난달 27일 밤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한 이후 세종시 여론전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 공식화에 이은 국무총리의 설득전 진두지휘에도 불구하고 국론 분열은 멈추지 않고 있다. 여야는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친이 대 친박의 계파간 대립구조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수도권과 지방은 기득권 수호 대 수도권 분산 논리로 더 날카로워졌다. 지방은 충청권과 비충청권의 대립이라는 전례 없던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러다간 국론이 세종시 원안 대 수정으로 양분되지나 않을까 염려스럽다.

여권이 세종시 대안 발표를 목전에 두고 충청권 설득에 올인하는 이유는 충청권으로부터 먼저 이해를 구하기만하면 야당과 친박도 결국 대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셈법이 깔려 있다.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세종시 여론전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보다는 악영향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수정을 기정사실화한 자체가 위헌의 소지가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여론몰이를 한다는 것은 법치훼손이라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를 통한 법 개정 절차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상의 기본권과 정부부처 이전과 같은 국가조직에 대한 본질적인 사항을 변경하는데 있어서 국회에서 개정논의 없이 행정부에서 진행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행복도시특별법은 2005년 3월 국회본회의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된 법이다. 계획대비 25%가 진척되었고, 정부예산 5조4000억원이 집행된 구체적이고 확정된 계획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정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도시계획을 불법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3의 위헌소송을 부를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한다.

때문에 세종시에 관한 모든 논의와 절차는 대안이 나온 이후에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정치권도 정부의 대안 발표 때까지 잠정적으로 세종시에 대한 일체의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설득전에 힘을 쏟기보다는 충실한 대안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로부터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대안도 없이 수정 방침만 가지고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실체가 있어야 뭔가 보여주고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반응을 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야권도 더 이상 세종시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충청인들은 민주당이 세종시특별법 소위원회와 세종시 관련 상임위에서 세종시설치법 등 법안 통과의 중대 고비 때마다 발목을 잡았던 일을 상기하고 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충청인의 맘을 사고 싶다면 ‘원안 사수’라는 구호만 외치지 말고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진정성이 담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정부가 충청인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느냐 못하느냐의 여부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하고 충청인을 포함한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도 “충청인의 마음을 잘 안다. 충청민에 도움되게 추진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까지 했다. 대선후보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분명히 밝혔다. 충청지역민들도 원하는 바가 뭔지 충분히 의사표시를 했다. 앞으로 20여일만 지나면 정부의 대안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자. 2002년 故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수도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7년째 질질 끌어오고 있는 힘겨운 이 세종시 국면을 속히 끝낼 수 있는 절묘한 대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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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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