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은 독서·봉사활동, 성공 밑거름”

올해 민족사관고 입시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165명의 합격자 중 50% 이상을 서류심사와 인성면접으로 뽑는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됐다.

당연히 민사고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과 학부모들의 긴장감도 컸다. 처음 겪는 전형 방법에 어리둥절한데다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생들이 몰렸고, 올해부터 특목고 복수 지원이 금지된 것도 부담이 됐다.

명도형 학생(어은중 3)은 당당한 자신감과 진취적인 미래관으로 민사고 합격 꿈을 이룬 사례다. 도형이가 말하는 민사고 입학사정관제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준비된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민사고 설립자인 최명재 이사장의 자서전을 읽었고, 졸업생 박원희씨의 ‘공부9단 오기10단’이라는 책도 읽었어요. 왠지모를 매력이 느껴지더라구요. 막연히나마 가고싶다는 욕구가 생겼죠.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담담한 말투지만 도형이는 이른바 ‘엄친아’다. 3년 내내 어은중 톱을 도맡아 했다. TEPS 892점을 딸 정도로 영어 실력도 뛰어나다. 지난해에는 대전시 영작문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충남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기초과정, 지구과학 심화과정도 이수했다. 1학년 때 음성 꽃동네에서 12시간 봉사활동을 하는 등 중학 3년간 79시간을 꼬박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힘을 썼다. 그야말로 성적과 인성면에서 두루 준비된 인재다.

하지만 오랫동안 민사고 진학은 가슴속에 묻어둔 꿈에 불과했다. 정식으로 도전장을 낸 건 중3이 되고나서다.

“솔직히 전국에서 상위 1%인 친구들이 도전하는 곳이잖아요. 함부로 입밖에 냈다가 창피당하면 어쩌나했죠. 몇년동안 마음 속으로만 동경했어요.”

한번 해볼만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올해 5월에 열렸던 제1회 민사고 국어경시대회를 치르고 나서다. 경험삼아 참가했는데 전국 3명 뿐인 금상을 탔다. 내친김에 본 수학경시대회에서는 2등급을 따냈다.

도형이는 경시대회 성적이야 말로 민사고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내신이야 고만고만한 친구들끼리 경쟁하니까 크게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눈에 띄게=서류와 인성면접만으로 치러지는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자기소개서 만큼 중요한 게 없다. 무엇보다 내가 왜 민사고에 입학해야하는지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도형이 역시 확고한 의지와 눈에 띄는 키워드로 입학사정관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도형이가 선택한 키워드는 ‘책읽기’다.

“저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늘 도서관에 데려가 주셨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면서 집중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얻은 사고력과 언어에 대한 감각, 그리고 다채로운 간접 경험들은 아마도 제 인생에서 제일가는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형이가 선택한 두번째 키워드는 ‘꿈’이다. 다시말해 미래에 대한 계획이다. 다소 엉뚱하지만 도형이는 꿈이 없다고 했다.

“저에게는 아직 구체적인 꿈이 없습니다. 생활기록부에 올라간 꿈들도 매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 공부가 재미있고 또 호기심도 많은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해 기자가 되려는 꿈도 있지만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형이는 이런 사실을 멋들어진 반전으로 엮어냈다.

“그러나 꿈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저를 즐겁게 하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여러 분야의 학문을 접하고 제 적성을 찾기를 바랍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입학한다면 다양한 학문을 폭넓게 공부하고 인성 교육이나 특기 활동(민사고가 권장하는 심신수련, 봉사, 예술 등 다양한 활동) 등을 통해 제 자신이 더욱 풍성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민사고 입학사정관제를 뚫은 자기소개서다.

◇독서는 나의 힘=어떻게 공부하면 상위 1%만 들어간다는 민사고에 합격할 수 있을까. 도형이는 주저 없이 ‘독서’를 꼽았다. 책을 통한 배경지식이야 말로 모든 공부의 기본이란다. 텍스트에 대한 이해력, 빨리 읽는 능력은 덤이다.

풍부한 독서량은 민사고 국어경시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기본적으로 창의성과 논리적 글쓰기를 묻는데 양파, 이름, 직업 세 단어가 반드시 포함된 200자 내외의 문장을 만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장래희망을 쓸때면 항상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산골짜기에서 어린 양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직업, 밤하늘에 막 태어난 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직업,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직업도 있다. 그러다 선생님이 빨리 제출하라고 하면 현실 속의 나는 굉장히 괴롭다고 썼어요.”

수학과 영어는 자기주도 학습으로 실력을 다졌다. 수학은 여러가지 유형을 접해보고, 해법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익혔다. 민사고 도전에는 선행보다는 심화가 효과적이란다. 고교 개념은 묻지도 않고, 중학개념을 정확히 꿰고 확장할 수 있는 능력만 있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단다.

◇민사고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형이는 민사고 도전에는 정해진 ‘때’가 없다고 말한다. 남보다 일찍 시작해도 실패할 수 있고, 늦게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민사고라는 곳이 생각처럼 벽이 높은 곳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에서 초등 6년, 중학 3년을 열심히 성실하게 공부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접 해보니까 알겠더라구요. 선행이 안됐거나 특정 과목실력이 모자라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생기니까요.”

도형이는 민사고에 도전하면서 생긴 헤프닝도 소개했다. “올해 전교회장을 맡았는데 주변에서 모두 말렸어요. 전교회장을 하면서 성적을 유지하는 애가 없다는거예요. 실제로 등수는 조금 떨어졌어요. 하지만 중3 때 전교회장하고도 민사고에 떡 붙었으니 새로운 전례를 만든거 아닌가요.”

글·사진 권성하 기자 nis-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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