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법 개정을 공식화함에 따라 세종시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어제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수도 분할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 도시의 개념을 바꾸는 목적에서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 실장의 어제 발언은 행정도시를 백지화하고 대신 기업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앞으로 ‘9부2처2청’을 이전하는 내용의 세종시 원안은 사실상 폐기하거나 부처 이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종시법 개정을 공식 선언한 것은 세종시 수정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수정 작업에 속도를 내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세종시 수정작업의 본격화는 세종시 대안을 다룰 민관합동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감지됐었다. 여권은 총체적으로 세종시 수정에 집중 지원활동을 벌여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엊그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의 세종시법은 수도권 인구분산, 국가균형발전, 해당 지역 발전 등에 족쇄가 되고 있어 손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한나라당 ‘세종시 특별위원회’ 첫 번째 회의에서 특위위원들에게 “다양한 관심과 이해, 의견을 수렴해서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달라”면서도 “(세종시)수정안이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려지면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의원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세종시법 개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여권은 세종시 문제를 나름의 구상대로 몰아붙인다면 해결될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여권의 구상은 드러난 것처럼 세종시를 행정도시가 아닌 기업도시 성격으로 바꾸는 것이다. 세종시에 대한 정부입장은 ‘세종시 정부지원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을 통해 드러났다. 권 실장은 세종시법 개정의 이유로 “앞으로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수도가 몇 개로 나눠지면 세금 낭비는 물론 국가의 비효율이 극에 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종시가 자립자족적인 명품도시가 되려면 기업 도시가 돼야 한다”며 “입주 기업에 대해 취득ㆍ등록ㆍ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병원과 학교의 설립규제도 완화하는 기준이나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세종시의 건설방향과 도시성격, 비효율성, 자족도시 문제 등은 세종시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수많은 논의를 거쳐 매듭지어진 사안이다. 이미 결론이 난 세종시 논의를 새삼스럽게 끄집어내고 관련 법까지 고치려는 의도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친박계 의원들마저 “세종시의 원안을 뒤집는 것은 행정의 신뢰를 저버리고 국정혼란과 국민분열만 초래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권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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