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희망의 영원한 젖줄…고기잡고 멱감던 시절이 그립다

①1960년대 서천군 장항항의 풍경.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옆으로 한복 차림의 사람이 보인다. ②1987년 대홍수때 논산 강경의 황산대교 옆의 물에 잠겨있는 마을의 모습. ③부여 백마강을 나룻배를 이용해 건너는 버스. ④1960년대 금산군 제원면의 금강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①1960년대 서천군 장항항의 풍경. 항구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옆으로 한복 차림의 사람이 보인다. ②1987년 대홍수때 논산 강경의 황산대교 옆의 물에 잠겨있는 마을의 모습. ③부여 백마강을 나룻배를 이용해 건너는 버스. ④1960년대 금산군 제원면의 금강변에서 빨래하는 아낙네.
대전일보사와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금강의 어제와 오늘전’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18일부터 10월 20일까지 금산, 청양, 논산, 부여, 서천, 공주, 연기 등 금강권역 7개 시·군을 순회하며 열린 전시회에는 연 2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대성황을 이뤘다. 사상 처음으로 역사와 문화, 생태 등을 망라한 순회 전시회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고 전시관을 찾은 이들의 감동과 탄성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회는 충청인에게 금강의 정신과 역사·문화 및 금강의 미래까지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금강살리기 사업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진지한 탐색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전시회를 찾은 충청인들의 금강에 대한 성찰과 다양한 소망을 모아 봤다.

금강의 어제와 오늘전에는 청소년층과 중장년층,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잊혀졌던 금강의 옛 모습을 보며 추억에 잠겼고 미처 몰랐던 금강의 생생한 역사를 재발견했다. 충청인의 젖줄이자 충청정신의 원류로서, 금강의 장대한 물길이 품은 삶과 정신을 반추하며 금강의 미래에 대한 사색에도 잠겼다.

이번 순회 전시회는 금강에 대한 충청인의 소망이 여과없이 분출된 장이었다. 특히 금강살리기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기대감과 우려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금산군 전시회(7월 17일-23일)를 찾은 주부 김영숙(45·대전 서구)씨는 “어릴 적 금강에서 멱감던 기억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오염된 금강의 다시 깨끗하게 되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인숙 금산군새마을부녀회장도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아름다웠던 금강을 우리가 오염시켰다”며 “금강을 되살리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돼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것은 물론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철희(71·청양군 목면)씨는 청양군 전시회(7월 31일-8월 6일)를 찾아 왕진나루 사진을 보며 “내가 저 나룻배를 타고 매일 학교도 다니고 돈도 벌러 다녔지”라고 회상하며 “요즘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며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사진전을 찾은 최모씨(46·대전 서구)는 “아이들이 금강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들을 보며 금강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환경보전의 중요성도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흐뭇해 하기도 했다.

논산시 전시회(8월 28일-9월 3일)에서도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한광석(52·논산시 강경읍)씨는 “강경은 지금보다 옛날이 더 발전했던 것 같다”며 “이미 일제시대 때 전기가 들어온 곳인데 지금은 시골마을로 전락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석대(68·논산시 연산면)씨는 “강경포구는 충남은 물론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물류의 거점이었고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소규모 수력발전소도 있었던 곳”이라고 강조한 뒤 “금강살리기 사업을 통해 강경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영광을 되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진(59·부여군 규암면)씨는 부여군 전시회(9월 7일-13일)에서 1987년 금강 대홍수로 부여 시가지가 온통 물에 잠긴 사진을 바라보며 “저땐 정말 부여 사람들이 모두 떠내려가는 줄 알았다”면서 “내 평생 저렇게 비가 많이 온 날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관람객은 “어릴 적엔 백마강에서 잡은 고기로 매운탕도 끓여 지금은 생각도 못한다”며 “깨끗한 백마강을 위해 부여사람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금강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온 윤준웅(66) 부여문화원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오염도 되고 여러가지 오물로 인한 퇴적층도 생겨 지금은 옛날의 백마강이 아니다”며 “청소도 하고 물길도 잡아줄 필요가 있지만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백제 고도의 문화재를 보전하면서 금강살리기가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천군 전시회(9월 25일-10월 1일)에서는 금강하구둑에 대한 서천군민들의 염원이 제시됐다. 오세국(61·서천군 서초면)씨는 “금강은 오늘을 사는 우리 것이 아닌 미래를 살아갈 후대의 것”이라며 “이번 사진전을 계기로 금강의 아름다움과 깨끗함을 살리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주시 전시회(10월 6일-12일)를 찾은 최기연(56·공주시 신관동)씨는 70년대 공주 마암나루 사진을 보며 “어릴 적엔 저기서 가재도 잡고 장어도 잡았다”며 “사진전을 계기로 금강의 자연환경과 생태를 개발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창환(63·연기군 조치원읍)씨는 연기군 전시회(10월 14일-20일)에서 “미호천에서 고기잡고 친구들과 목욕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면서도 “추억을 만들었던 금강을 후손들에게 전해주도록 금강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영주(55·조치원읍)씨는 “충청인에게 금강은 삶의 원천”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전시회가 많이 기획돼서 충청인에게 삶의 지표를 보듬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용 기자 yong621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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