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청 육상팀 최해남·정설미 선수, 여자일반부 1600m 계주 은메달 주인공

제90회 전국체전 육상 여자일반부 1600m 은메달 주역인 대전 서구청 육상팀 ‘맏언니’ 정설미씨와 최해남씨(왼쪽부터). 최해남씨는 딸 임규빈양(오른쪽)의 육아를 위해 이번 체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제90회 전국체전 육상 여자일반부 1600m 은메달 주역인 대전 서구청 육상팀 ‘맏언니’ 정설미씨와 최해남씨(왼쪽부터). 최해남씨는 딸 임규빈양(오른쪽)의 육아를 위해 이번 체전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대전 서구청 육상팀의 아줌마 선수와 ‘맏언니’가 제90회 전국체전에서 아름다운 은퇴와 투혼을 보여줬다.

이번 체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결심한 ‘아줌마’ 최해남(34)씨와 ‘골드미스’로 누구도 예상 못한 여자일반부 1600m계주에서 대전이 은메달을 따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정설미(38)씨.

둘은 1600m 계주 결승전에서 3, 4번 주자로 나와 이번 체전에서 여자육상 한국신기록 2개를 작성하며 최고의 스타로 부상한 김하나(안동시청)가 합류한 경북대표에 이어 은메달을 지켜내는 투혼을 보여줬다.

매 대회 1번 주자로 뛰었던 정설미씨는 김하나를 견제하기 위해 처음으로 3번 주자를 맡아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렸다. 비록 김하나에게 추월당해 1, 2번 주자가 지켜낸 선두를 빼앗겼으나 4번 주자에게 바통을 넘길 때까지 격차가 크게 나지 않았던 멋진 승부였다.

400m허들이 주종목인 최해남씨는 1999년 서구청에 입단해 딸 임규빈(5)을 출산할 당시를 제외하곤 전국체전 400m 허들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던 대전 육상의 보배다. 이번 체전에서도 400m 허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씨는 “몸상태는 아직도 좋지만 둘째도 낳고 싶고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를 결심했다”면서 “규빈이를 낳고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며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졌지만 ‘아줌마라서 이제 안되는구나’라는 말만은 듣고 싶지 않아 열심히 훈련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마음 같아선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오랫동안 육상 선수로 뛰고 싶다”며 “은퇴를 서둘러 후배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우리 팀에서 많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힘들게 훈련해왔지만 딸이 육상 선수가 되고 싶다면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다. 시원섭섭한 마음을 이번 체전 마지막 경기에서 따낸 값진 은메달로 위로하고 있다.

정설미씨는 팀 막내 최아름(21)이 ‘엄마’라고 부를 만큼 팀 내에서 ‘정신적인 지주’를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 덕에 단거리 선수로는 흔치 않게 30대 중반을 넘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몸매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한 비법에 대해 정씨는 “남들은 특별한 비결이 있는 줄 알지만 운동장에 나가서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훈련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면서 힘들고 긴장하는 것을 표시 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24살 때 육상에 입문해 14년 동안 혁연 선수로 활동하면서도 아직까지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 당일 긴장하지 않도록 다독거리면서 자신의 기량 향상을 위해 누구보다 맹훈련을 해낸다.

정씨는 “신체는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가 더 많기 때문에 훈련이나 시합을 뛸 때는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한다”며 “스케줄대로 최대한 훈련에 집중하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문을 채워가는 훈련을 한다면 누구나 내 나이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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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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