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창피해요, 이 나이에 뛸려니.” 22일 전국체전 핸드볼 경기가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꽁지머리를 한 낯익은 선수 한명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청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여자핸드볼 스타 임오경(38) 감독이 깔끔한 정장 대신 빨간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볐다. 2007년 1월 일본팀 히로시마 메이플 레즈에서 은퇴했던 임오경은 서울시청 감독을 맡으면서 감독 겸 선수로 등록했다. 그동안 코트에 나서지 않았던 임오경은 주전 강지혜가 손가락 골절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이날 드디어 코트에서 뛰기로 결심했다. 용인시청과 경기에 후반전부터 뛴 임오경은 센터백과 레프트백을 오가며 주로 볼을 공급하는데 주력하다가 2분50초를 남기고 용인시청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득점도 성공했다. 강팀 용인시청을 34-33으로 꺾고 첫 승리를 올린 임오경은 옛날로 돌아간 듯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기뻐했다.

○…한국 다이빙의 간판이자 ‘환상 듀오’인 권경민(27)과 조관훈(25.이상 강원도청)이 어쩔수 없이 헤어지게 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04년부터 전국체전 종목으로 채택된 싱크로다이빙 3m에서는 금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는 이들 모두 내년 초 각각 군 복무를 할 계획이기 때문. 이번 체전에서도 권경민은 스프링보드 3m와 싱크로다이빙 3m에 이어 스프링보드 1m에서도 정상을 밟았다. 조관훈은 스프링보드 1m와 3m에서 각각 은,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번 전국체전은 입대 전 국내에서 치르는 마지막 대회다. 다른 종목처럼 국군체육부대나 경찰청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 다이빙 선수들은 훈련을 잠시만 중단해도 감각을 되찾는데 두 달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입대는 다이빙 선수들에게는 은퇴 선고나 다름없다.

○…남자일반부 육상 대전 대표 박세현, 박세정(27) 쌍둥이 형제가 이날 특별한 제대를 신고했다. 형제는 국군체육부대에 소속돼 이날 제대를 맞았으나 전국체전 육상경기가 종료되는 23일까지 제대를 미룬 채 경기에 집중했다. 400m릴레이 결승에서 형 박세현이 첫 주자로 나서 7명 주자 가운데 가장 빠른 출발을 보였고 동생 박세정은 마지막 주자로 출전해 무릎 통증에도 불구 결승점을 가장 빨리 통과해 대전에 금메달을 안겼다. 형제는 “제대하는 날에 금메달을 목에 걸어 기분이 너무 좋다”며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국체전 우승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 부모님과 여자친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세정은 대전시 서구청의 육상선수였던 공세진과 7년간 사랑을 키우고 있다. 형제는 제대 뒤 나란히 안산시청에 입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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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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