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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장항산단 그리고 세종시

2009-10-22기사 편집 2009-10-2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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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행정 효율성과 경제성의 논란을 넘어 이제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역 대결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세종시 수정 추진 또는 폐지를 요구하는 보수진영의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선진화 시민행동, 뉴라이트재단 등 보수성향 단체 및 인사 1100여명이 세종시 수정 추진 요구 성명을 낸데 이어 전직 국무총리 등 친여성향의 각계 원로 90여명도 행정기관 이전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칫 세종시가 진보의 산물인 것처럼 호도되어 보수와의 대립 양상으로 비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이러다가 정치권 내부의 공방에서 급속히 시민사회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심각한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서둘러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새만금과 장항산단을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새만금과 장항산단은 세종시와 닮은 점이 참 많기 때문이다.

우선 수십 조 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으로 장기간의 소모적 논쟁과 사회갈등을 야기한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사태가 일단락되기 까지 15년 걸렸고, 장항산단은 무려 20년이나 끌었다. 모두 다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이었다는 점도 같다. 게다가 사전 타당성 검토 없이 선거를 의식해 무리하게 강행한 사실도, 차기 정권으로 고스란히 전가되어 통치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는 사실까지 흡사하다.

새만금 사업은 1987년 12월 전북 전주에서 당시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 사업은 원래 전두환 대통령 시절 식량안보를 위한 대규모 농지확보 차원에서 검토됐다가 경제성 문제로 포기했던 계획이었다. 당시 야당의 김대중 총재는 정치생명을 걸고 예산 따내기 투쟁을 벌여 91년 추경예산에 설계비 200억 원을 처음 반영했다. 호남민심 달래기 위해 김영삼 대통령은 군말 없이 예산을 배려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해양부 장관 때는 "대규모 갯벌이 없어질 사업에 무조건 동의할 수 없다" 고 했다가 대선후보 시절엔 "대통령이 되면 확실히 밀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새만금사업은 묘하게도 김대중 정권 때 시민세력들이 환경문제를 제기하면서 중단되었다. 1991년 착공한 이래 두 차례나 공사가 완전히 중단되었으며, 충돌과 설계변경의 과정을 수 없이 거듭했다. 공사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예산도 하염없이 늘어났다. 이 문제는 상고심에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환경단체와 전북지역주민 등이 패소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장항산업단지사업은 전북의 새만금사업 결정으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장항지역 주민을 달래기 위해 2년 뒤인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이 발표한 사업이다. 하지만 예산부서는 물론 사업부서조차 사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추진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산업단지 계획을 추진도 철회도 하지 않고 있는 동안 서천군만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해 사업추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지만 갯벌 보전이라는 시대의 요구와 법률적 제한 등 여러 걸림돌로 인해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산업단지 대신 환경부가 국립생태원을, 해양수산부가 해양생물자원관을, 국무총리실이 내륙산업단지계획을 제안하였고, 주민들이 숙고 끝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해결되었다.

이처럼 공통점이 아주 많은 두 사업이었지만 해결 방법은 확연히 달랐다.

새만금사업이 법적으로 해결된 반면 장항산단은 합의에 의해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새만금사업 계획 취소소송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환경단체가 아닌 정부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업을 중단할 만큼 정부 정책의 명백하고 중대한 하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가발전이라는 실질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과다한 비용이 요구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해결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처럼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과 장항산단처럼 정부와 지자체간의 합의에 의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정부가 세종시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면 정부는 세종시가 원안 수정 또는 폐지할 만큼 중대한 하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 입증해야 한다.

민주적인 합의에 의한 해결을 원한다면 먼저 구체적인 예산계획을 포함한 정부의 안을 제시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사업이라는 확신을 보이면 된다.

세종시는 충청인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어야 한다. 새만금과 장항산단을 반면교사 삼아 현명한 정부의 대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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