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 풋풋한 모습 보며 추억에 흠뻑

“그때는 나룻배가 없으면 어디도 갈 수 없었어요. 연기 사람들에게 금강과 미호천은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해 주는 생계이자, 나룻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교통로였죠”

1960년대 금강의 지류인 미호천에서 나룻배를 타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미호천의 여인’의 주인공이 ‘금강의 어제와 오늘’ 연기군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연기문화예술회관에 나타났다.

사진속의 주인공은 대한적십자사 연기지구협의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희(64)씨.

40여년 전 사진 속에서 입고 있던 고운 한복 대신 깔끔한 정장을, 20대의 풋풋한 처녀에서 60이 넘은 할머니로 변한 최씨의 표정에선 나이를 잊은 듯 활력이 넘쳐났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마음만은 20대다.

최씨는 40여년전 당시 사진 찍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1967년 11월. 결혼한 지 보름쯤 지났을까. 남편과 함께 충북에 살고 계시던 시고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미호천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너무 추웠어요.”

남편 이성원(72)씨는 사진을 찍고 있기 때문에 사진 속에 없다는 농담까지 건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금강과 미호천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

하천에 물이 많아서 나룻배가 아니면 건널 수 없는 것은 물론, 짐을 가득 실은 배들이 금강 하류에서 올라왔다. 또 여름에는 하천에서 참게를 잡으며 물놀이를 했고, 겨울에는 썰매를 타고 놀았다. 어린이에게는 놀이공간을 어른들에게는 먹을거리와 이동수단을 제공한 곳이 금강이지만, 지금은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

물이 오염돼 더 이상 참게를 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겨울에도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어 “젊었을 때만 해도 금강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도 끓여먹고, 회도 떠먹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 한다”면서 “금강을 이렇게 만든 우리 세대가 금강의 모습을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구 기자 sunfl19@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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