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 백제예술대 교수

“충남도의 앉은굿 음악 분야는 연구의 사각지대였죠. 장장 4년 동안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며 인터뷰를 채록하고, 자료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박혜정 백제예술대학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충남도 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앉은굿 음악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던 앉은굿 연구, 그중에서 음악 분야에 있어서는 최초의 박사학위 논문인 셈. 박 교수는 이 논문으로 지난해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 교수는 “앉은굿의 특성상 충남지역 이름있는 무당을 직접 찾아다녔고, 그들과 동고동락하면서 빠짐없이 기록하고 영상과 사진으로 남겼다”며 “이는 또 1년 반가량의 기간 동안 악보로 만들고, 학문적인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앉은굿 음악이 토리(음악 선율적 특성)에 따라 7개 권역으로 세분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 절차상 행정구역별로 나누어 앉은굿 음악의 특징을 조사·분석한 결과 충남 대부분 지역이 경토리 앉은굿 음악 문화권임을 알 수가 있더군요. 이 같은 현상은 선거리 무가(巫歌)의 음악적 토리가 아래 지방 선율형이 윗 지방까지 올라와 있는 현상과는 다르게, 앉은굿 독경의 선율은 윗 지방 무속의 음악적 토리가 아래 지방까지 내려와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돼지요.”

그는 또 굿, 그중에서도 연구가 부족했던 경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과거부터 음악분야에서는 전라도 시나위음악이 기저를 이루는 연구결과가 대다수에다, 충남도 역시 이 시나위권의 일부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박 교수의 이번 연구 결과에 힘입어 해안가 중심의 시나위권 음악과 내륙중심의 앉은굿음악이 함께 공존하는 음악적 보고라는 새로운 인식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학계의 평이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앉은굿이 충청인들의 심성과 역사, 그 특이성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충남 지방은 앉은굿의 좌경(座經)의 전통성을 이어받았을 뿐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앉은굿이 성행하고 있는 곳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굿문화에서 충청도 하면 앉은굿 지역으로 통할 정도이지요. 충청도 앉은굿은 양반굿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양반 고을 충남인들의 기층문화에 단단히 뿌리내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모습이자 평가일 것입니다.”

이어 그는 “그만큼 앉은굿은 충청인의 또 다른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앉은굿을 통해 충청인의 심성을 살펴보고, 예술적 감수성과 끼, 기질, 그 발현양상을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충남 지역 앉은굿 연구를 마치자마자, 충북 지역에 관한 연구발표를 최근 마쳤고, 강원도 지역을 답사 중이다. 앞으로 전국을 돌며 앉은굿에 대한 체계적인 기록을 할 계획이다.

한편 박혜정 교수는 서울대 음대 국악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음악사협회 이사 및 한국무속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

글 김효숙 기자 press1218@daejonilbo.com

사진 빈운용 기자 photobin@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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