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전지역 학부모 A씨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교육감을 위해, 교장을 위해 우리 아이가 학교에 붙잡혀 있다. 성적은 학원에서 올리고 성과만 학교에서 내라는 것이냐”며 “만족 높은 교육은 제공하지 못하면서 초등학생에게도 성과만 강요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는 일선 학교와 지역교육청의 파행적 학사운영이 도를 넘고 있다. 오는 13일에 전국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치러진다.

그 성적이 학교와 지역의 학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이는 만큼 학교, 교육청 모두가 사활을 걸고 있다. 지역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시·도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의 성적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말 그대로 학기 중에 배운 내용을 중간에 평가하는 중간고사. 그러나 중간고사 범위는 일제고사 범위에 맞춰진다. 학생들은 일제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1학기 분량 뿐 아니라 4,5학년 과정 전부를 복습해야 하는 실정. 아예 일제고사로 중간고사를 대체하거나, 내신에 반영하기로한 학교가 대다수다.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있다는 A씨는 “운영위원회에서 통과시킨 학사일정을 한마디 상의도 없이 바꾸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학생과 학부모의 의사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일제고사 대비 보충수업, ‘0교시’ 수업도 모자라 정규 교과시간에도 모의고사 형식 문제풀이를 실시한다.

지역교육청이 앞장서서 종용하는 모습이 더 가관이다. 시교육청은 중·고등학교 담당자 회의에서 ‘A학교는 일제고사 우수학생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B학교는 1학기부터 일요일에 일제고사 기출문제 풀이 지도를 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우수사례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강제보충수업’을 실시하는 학교도 좋은 사례로 뽑혔다. ‘파행적 운영이 없도록 지도하라’는 교과부의 말 뿐일지 모를 지침은 가볍게 무시했다.

이러한 일제고사 대비가 진정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교육청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게 무엇이든 그 폐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이다. 학생들의 실력 높이기는 중요하지만, ‘성과 올리기식’ 학력신장은 옳지 않다. 사교육만 애들 잡는게 아니다. 교육청과 일선학교의 성과주의에 아이들만 지쳐가고 있다.

취재2부 교육팀 김수영 기자 swimk@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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